여름 휴가철을 맞아 산과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름다운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인기 관광시설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안전점검과 관리체계가 강화된 뒤에도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이용객들 마음 한 켠에는 불안감이 없지 않다.
경치를 구경할 수 있지만 위험하기도 한 출렁다리. AI로 생성한 이미지.
충남 금산군은 11일 제원면 천내리에 있는 월영산 출렁다리를 두고 케이블 장력이 설계 기준과 허용응력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점검 과정에서도 기계적 이완이나 정착구의 슬립, 과도한 진동에 따른 피로 저하 등 케이블의 구조적 안전성을 위협할 만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착구 슬립은 케이블을 구조물에 고정하는 정착구에서 케이블이 미끄러지면서 고정 상태가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출렁다리의 핵심 구조물인 케이블과 연결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점검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용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개별 시설의 안전점검만으로 출렁다리 안전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계곡과 계곡을 잇거나 산악·해안 산책로와 절벽 구간을 연결하는 출렁다리는 전국 관광지 곳곳으로 빠르게 늘어났고, 그만큼 이용객 안전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출렁다리는 2019년 166개소에서 2021년 193개소로 늘었으며, 2025년에는 259개로 56%(93개) 증가했다. 대부분 산악·해안 산책로나 관광지의 계곡·절벽 구간에 설치돼 보행자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수가 229개인 점을 감안하면 기초지자체마다 한 개 이상 출렁다리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남 담양군은 2026년 하반기 중 담양호에 길이 330m 출렁다리(미르교·가칭) 착공을 목표로 실시설계 및 풍동실험 등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양평군은 2026년 6월 오빈리 물안개공원과 남한강 양강섬, 떠드렁섬을 연결하는 길이 169m Y자형 출렁다리 준공을 완료했다. 서울 중랑구와 동대문구도 중랑천에 길이 265m 출렁다리를 조성하기 위한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며, 2026년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출렁다리와 관련된 사고만을 중앙 차원에서 따로 집계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지자체와 소방서 자료, 관련 보도 등을 통해 반복되는 사고 양상은 확인할 수 있다.
강원 원주 간현관광지의 소금산 출렁다리에서는 개통 초기인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47건의 출동이 있었고, 출동 원인은 살펴보면 미끄러짐이 37건으로 전체의 78.7%를 차지했다. 어지럼증은 8건(17%), 부주의는 2건(4.3%)이었다. 출동은 휴일에 30건(63.8%)이 발생해 평일보다 많았으며, 여성 사고자가 33명으로 남성 14명보다 많았다.
모든 출렁다리의 사고 원인이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산악이나 계곡 등 비슷한 환경에 설치되고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끄러짐이나 어지럼증, 이용객의 부주의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휴일과 휴가철처럼 이용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도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해 왔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바닥 데크와 케이블, 행어, 난간, 앵커리지 등을 점검하는 내용을 담은 '출렁다리 안전관리 매뉴얼'을 배포했다. 시설물의 주요 구조부를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통행을 제한한 뒤 긴급안전점검과 보수·보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문제는 제도와 매뉴얼이 마련됐다고 해서 현장의 관리 수준까지 균일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1년 매뉴얼 배포 뒤 국민권익위원회의 2024년 7월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출렁다리 238개소 가운데 제3종시설물로 지정된 곳은 171개소, 전체의 72%에 그쳤다.
제3종시설물로 지정되면 시설물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지만, 지정되지 않은 시설은 상대적으로 관리체계가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권익위가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 돌출형 데크 등 349개 시설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45개소가 제3종시설물로 지정되지 않은 관리 사각지대로 나타났다.
안전설비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일부 시설에는 CCTV나 확성기 등 기본적인 안전설비가 갖춰지지 않았으며, CCTV가 설치된 시설 가운데서도 재난관리시스템이나 관제센터와 연계된 곳은 48%에 불과했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통행을 제한하고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빈틈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관리체계가 강화된 이후에도 출렁다리 관련 사고는 이어졌다.
경기도는 2024년 10월 15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도내 출렁다리 29곳과 스카이워크 3곳 등 32곳을 전수 점검한 결과, 출렁다리 28곳에서 80건의 안전 조처 미흡 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25년 2월 9일과 4월 21일, 6월 20일, 7월 8일 등 네 차례 추락사고(투신·자해성 포함)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5년 10월16일에는 충북 충주시 수주팔봉 출렁다리에서 40대 여성이 추락했다는 남편의 신고가 들어와 인력과 드론 등을 투입해 구조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