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코를 바닥에 바짝 붙이고 세상의 정보를 읽는다. 문제는 풀숲에 머리를 깊숙이 들이밀 때다. 보호자는 결국 ‘양파망’까지 꺼내 들었다.
양파망을 씌운 강아지(왼쪽), 잔드기 자료사진. ⓒSNS 캡처/픽사베이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록색 망을 머리에 쓴 채 산책하는 강아지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양파망 버리지 말라”며 “반려견이 풀숲에 너무 머리를 넣어서 양파망을 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씻기면서 보니까 귓속에 진드기가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망을 쓴 반려견의 사진을 공유하며 “학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려견을 위해 망을 씌워 보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양파망을 씌운 이유는 진드기 때문이었다. 진드기는 풀이나 나뭇잎 등에 붙어 있다가 강아지가 지나가면 털에 달라붙어 몸 위를 기어다닌다. 이후 피부에 단단히 붙어 피를 빨아먹는다.
사람과 동물의 피를 먹고 사는 기생충인 진드기는 종류에 따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나 보렐리아균에 의해 발생하는 세균성 감염병인 라임병을 옮길 수 있다.
특히 따뜻한 계절에는 진드기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긴 풀밭이나 숲처럼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 야생동물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산책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진드기는 처음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강아지에게 처음 붙었을 때는 대략 바늘 끝만 한 크기여서 작은 피부 돌기나 혹처럼 보일 수 있다. 피를 빨면서 몸집이 커지면 작은 완두콩 정도까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책을 다녀온 뒤에는 강아지의 몸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머리와 귀, 겨드랑이, 사타구니, 배처럼 털이 많거나 피부가 접히는 부위를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손으로 무작정 잡아당기기보다 올바른 방법으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진드기 노출이 잦은 지역에서 생활하거나 산책을 자주 한다면 수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진드기 예방약이나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진드기가 반려견에게만 달라붙는 불청객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감염병을 옮길 수 있다.
국내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옮기는 주요 진드기는 작은소피참진드기다. 주로 풀밭에 서식하는 만큼 반려견과 함께 야외활동을 할 때는 보호자 역시 진드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가을철에는 진드기가 유충으로 성장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여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SFTS 바이러스를 가진 진드기에 물리면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 후 5~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오심,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볍게 물린 상처 하나로 생각하기에는 위험이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첫 SFTS 환자가 보고된 2013년 이후 2025년까지 모두 234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22명이 숨졌다. 치명률은 18%에 달한다. 현재까지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풀밭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산책이나 야외활동을 마친 뒤에는 강아지의 몸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도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를 발견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손으로 떼어내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몸에 단단히 붙어 있는 참진드기는 주둥이 부분이 피부 깊숙이 박혀 있어 직접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 제거하면 2차 감염의 위험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몸에 붙은 참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제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