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실전을 거듭하면서 미국 전투기 격추와 지휘부 은신 등 전방위적으로 대응역량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란이 지난달 요르단 미군기지 공습에서 전과를 거두면서 미국의 방공망의 허술함이 사실로 확인됐다. 앞서 미국-이란전쟁 개전 뒤 이란은 러시아의 전술을 벤치마킹해 미사일과 드론을 뒤섞어 공격하는 방식으로 미군의 요격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켰다.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패트리엇 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 한국 합동참모본부=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각)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폭격 성공이 이란의 빠른 전술진화와 미군 방공망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폭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 치명적 공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거의 모든 미사일을 격추했지만 단 한 발이 뚫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도 적의 공격에 발이 묶일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이란은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에서 갑자기 경로를 바꾸는 첨단 미사일과 드론을 뒤섞는 전략을 취했다.
세스 존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문장은 이를 두고 "미사일과 드론이 섞여 들어오면 방공망 작동이 훨씬 까다로워진다"며 "이란이 걸프지역 방어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쓴 전술을 효과적으로 벤치마킹했다"고 바라봤다.
러시아는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방공망을 교란한 뒤 드론을 쇄도시키는 전략을 써왔는데, 이란이 이를 그대로 학습해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군은 하루에만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약 50발씩 소모해야 했고 1발당 400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요격미사일 재고는 미국-이란전쟁 기간 1500발 이상 사용돼 남은 물량이 1700발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연간 미사일 생산량이 약 600발에 불과해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026년 8월8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통신=연합뉴스
전투기 격추부터 지도부 은신까지, 빠르게 진화하는 이란군
이란의 전술 진화는 요르단 미군기지 공습뿐 아니라 미국 전투기 격추에서도 드러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은 올해 4월 이란 남부상공에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미국 F15E 전투기를 격추했는데, 당시 이란은 미군 전투기가 진입할 지역에 미리 드론 떼를 배치해 표적의 GPS위치, 속도, 방향정보를 지휘부에 실시간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군 승무원의 진술을 인용해 6천만 달러(약 850억 원)짜리 첨단 미군전투기의 경보대응시스템이 작동한 시간은 단 0.5초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교전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시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새 전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과 이라크 민병대를 끌어들여 전선을 중동 전역으로 확대했으며, 폭격당한 지하 미사일 저장고를 다시 파내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동시에 주요 지도부와 병력을 전국에 분산하고 은신시켜 미군의 미사일 타격의 효과를 떨어뜨렸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란의 지도부가 어디에 있는가"라며 "폭격하기 쉬운 곳에 모여 있지 않으니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