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김민석 당대표 후보가 1라운드 열세를 딛고 정청래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와 정청래 후보가 9일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 후보와 정 후보의 격차는 불과 1%포인트대에 불과해 민주당 권리당원의 70%가 넘게 포진해 있는 호남과 서울·경기 경선에서 최종승부가 가려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김 후보를 상대로 조직력의 열세 등 불리한 지형 속에서도 개인 팬덤 기반의 '바람'으로 버텨내며 예상보다 훨씬 적은 표차 내로 타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대표 경선 누적 득표율은 김민석 후보가 46.01%, 정청래 후보 44.53%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단 1.48%포인트(3086표)에 불과하다.
앞서 충청과 부산·울산·경남에서 펼쳐진 1주 차 경선에서는 정 후보가 0.99%포인트 앞섰는데 김 후보가 2주 차 지역 경선(제주·인천, 강원·대구·경북)을 통해 역전한 것이다.
김 후보가 2주 차 경선을 승리하며 흐름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김민석 대세론'으로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70% 이상이 집중된 호남과 서울·경기 경선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격차이기 때문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2주 차 경선 들어서면서 추가 조금 기울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정청래 후보가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까지 개표한 표는 전체 당원의 30%가 안되서 남아있는 호남과 수도권이 결정지을 텐데 호남·수도권에서도 추가 기울 것 같지 않다"고 바라봤다.
오히려 정 후보 입장에서는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1%포인트대 격차를 유지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 강원과 경북에서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했으나 대구에서는 정 후보가 47.82%로 김 후보(46.25%)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울산을 제외한 대도시에서는 정 후보가 김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 후보는 경선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서 "대구에서 1등했으니 광주에서도 1등인 나라, 노무현의 꿈과 기적을 생각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정청래 후보를 향한 응원 글을 남기면서 사실상 공개 지지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추 지사는 지난 9일 정 후보가 페이스북에 남긴 "어머니, 정청래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에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개혁과제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개혁의 일관성과 진심을 믿습니다. 힘내십시오"라는 댓글을 적었다.
추 지사는 "당은 국민께 약속한 개혁 과제를 실천하고, 정부는 경제에 전념하는 당정 역할 분담을 하면 좋겠다"며 "그래서 묵묵히 약속한 개혁을 할 수 있는 확고한 민주당 지도부 진용! 그것이 광주호남 정신이 바라는 것 아닐까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 지사가 광주·호남 정신을 직접 거론하면서 '개혁 과제 완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정 후보 측에서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호남 지역에서는 제주 경선 결과(김민석 52.64%, 정청래 39.89%)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달성해 정 후보를 15%포인트 안팎으로 앞선다면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호남에서 과반 이상을 얻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득표율"이라며 "김민석 후보가 50% 이상을 얻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승기를 잡는 것뿐만 아니라 추후에 있어서의 리더십 확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호남에서 김 후보가 정 후보를 이기더라도 서울과 경기에서는 정 후보가 우위를 나타낸 여론조사가 있는 만큼 역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라(김민석 42.1%, 정청래 38.6%) 지역은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3.5%포인트 앞섰지만 서울(정청래 41.4%, 김민석 25.0%)과 경기·인천(정청래 38.9%, 김민석 28.3%)에서는 정 후보가 김 후보를 두 자릿수 이상 더 높았다.
여론조사 꽃이 이날 발표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광주·전라 지역은 김 후보 58.1%, 정 후보 27.9%로 집계됐지만 서울은 정 후보가 47.6%로 김 후보(28.4%)보다 더 높았다. 인천·경기에서도 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4.6%로 김 후보(36.8%)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서울·경기 지역의 민주당 권리당원 수를 합치면 호남권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서울·경기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는 오는 12일과 13일에 걸쳐 진행된다. 즉, 호남 지역경선 결과가 오는 15일에 발표되는데 서울·경기 권리당원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호남권과 서울·경기 지역경선의 투표율과 득표율 격차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전당대회 승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들어간 후보가 김민석 후보라는 건 누구나 다 알지 않느냐"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는 (정 후보의) 맷집, 저력이 대단하고 서울 같은 대도시는 또 정청래 후보가 좀 유리한 국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지난 3일과 4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여론조사 꽃은 지난 7일과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