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2026년 초 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손해보험사 인수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반면 본업인 생명보험에서는 내실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KDB생명 인수전 본입찰에 불참했고 신 회장은 '고객 보장 완주'에 관해 역설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8월7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교보생명
8월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악사손해보험의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금융지주사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를 위한 자문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 인수는 신 회장의 숙원인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현재 비어있는 손해보험 부문을 확보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2005년부터 거론된 신 회장의 오랜 과제로 2023년 2월 이사회에서 공식화됐지만 재무투자자(FI)들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계속해서 미뤄져 왔다. 동시에 은행·저축은행 등 여수신 계열사와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지주사 전환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2025년 FI와의 분쟁이 정리되면서 교보생명은 2026년 초 SBI저축은행을 9천억 원에 인수해 저축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예별손해보험 실사에도 참여하는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악사손보는 교보생명이 2001년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운영하다가 2007년 프랑스 보험사 악사그룹에 매각한 보험사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교보생명은 20년 만에 악사손보를 다시 품게 되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힘쓰고 있는 반면 본업인 생명보험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KDB생명보험 인수전 예비 입찰에 참여했지만 본입찰에는 불참한 것이다. KDB생명보험은 교보생명이 이미 보유한 생명보험업인 데다가 재무 건전성 등 조건이 좋지 않아 무리한 경쟁에서 발을 뗀 것으로 풀이된다.
KDB생명 본입찰이 시행된 8월7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교보생명 창립 68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보험업의 과열 경쟁의 폐해에 관해 이야기했다.
신 회장은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가입고객에 관한 유지서비스는 소홀히 하면서 신계약 매출 실적만을 위해 과도한 수수료∙특별상여금 경쟁, 설계사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며 "그 결과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고아계약이 양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이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설명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을 말하고, 승환계약은 설계사가 자신의 고객에게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에 갈아타게 만드는 것, 고아계약은 설계사가 퇴사하거나 다른 보험사로 이직해 더 이상 관리를 받을 수 없게 방치된 계약을 말한다.
교보생명은 이러한 폐해들이 설계사와 회사 모두 새로운 계약을 많이 체결해 수수료를 극대화하는 것에 몰두하게 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다.
KDB생명을 인수해 덩치를 불리고 새로운 계약을 많이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들의 장기적 관리를 우선하겠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신 회장은 고객들의 장기적 관리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을 상품에 완전가입시키고 질병이나 사고로 보험금을 받을 때까지 계약을 유지시키는 '농부형' 설계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크게 '1200%룰'과 수수료분급제 등 두 가지다. 1200%룰은 보험 판매 첫해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고 수수료분급제는 보험 판매 이후 분급기간을 확대하는 제도다.
상품 판매 이후 1년 이내에 설계사에게 수수료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고객의 계약을 유지하고 관리할 유인이 약화되고 승환계약, 낮은 유지율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관련 제도들이 만들어졌다.
신 회장은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 분급기간 확대는 단기실적 위주의 폐해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생명보험 산업을 다시 '이웃사랑 이야기'로 되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200%룰은 전속 설계사 대상으로만 있던 규제가 7월부터 GA로 확대 적용된 것이고 수수료분급제는 2027년부터 도입된다.
규제 취지가 신계약 경쟁보다 계약 유지관리를 유도하는 데 있는 만큼 이미 전속 채널을 통해 유지서비스를 운영해온 교보생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도입한 '평생든든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생명보험 설계사들이 정기적으로 고객을 방문해 계약상황을 점검하고 미청구보험금 지급 등을 돕는 방식으로 GA 중심 시장보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데 용이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에 부합하는 완전가입과 지속적 계약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보장을 끝까지 책임지는 전문 전속설계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