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 등장했던 '교권보호국'의 현실판으로 불리는 '교권보호단'이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의 지휘 아래 출범한다. 교육감 직속 조직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교권보호단은 교권 보호라는 힘겨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연 성공할까.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8월10일 '교권보호단'을 최종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AI 이미지.
경기도교육청은 10일 교권보호전담관 공개모집의 최종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선발자들은 오는 8월13일과 18일 역량 강화 연수를 거친 뒤, 8월2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권 보호 활동에 들어간다.
최종 선발된 교권보호전담관은 변호사·의사·경찰 등 전문가 160명과 교원 110명, 경기도민 30명으로 구성됐다. 전문가 그룹에는 갈등조정 전문가와 상담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국제행동분석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아동학대 피신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원을 대상으로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결까지 1대1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지난 7월15일부터 진행한 교권보호전담관 공개모집에는 당초 50명 모집에 1823명이 지원해 평균 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최종 선발 인원을 300명으로 확대했다.
교권보호단 최종 선발 결과 발표와 함께 동시에 교권보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안 교육감은 첫 사안부터 직접 대응에 나섰다. 안 교육감은 교권보호단 '1호 사안'으로 정한 경기 부천 오정초등학교의 '악성 민원'과 관련해 해당 학부모를 직접 형사고발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부천 오정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 간 다툼을 중재했다가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고, 해당 학부모는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까지 벌였다. 이후 교권보호위원회가 이를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했지만,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안 교육감은 해당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고 제기한 소를 취하하기로 했음에도 교사와 학교 측의 입장을 고려해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감이 직접 나서 교권 침해에 대응했다는 점에서 교권보호단의 출범을 알리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물론 교권보호단의 출범만으로 교권 침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교권 침해를 막고 피해 교사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었다.
새내기 교사가 학부모 민원 등으로 자살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2024년 3월 28일 시행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기존 학교 단위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폐지되고, 교육지원청 산하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되어 교권 보호 심의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다.
이처럼 현행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피해 교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를 결정하는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6년 6월 기준 교권보호위원회가 보호자에게 내린 조치 166건 가운데 실제로 이행된 것은 76건에 그쳤으며, 34건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도 1건에 불과해 현행 교권 보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교육감 인수위원회가 6월25일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
교권보호단 역시 현재의 운영 구조만 놓고 보면 사건 발생 이후 개입하는 성격이 강하다.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처럼 이미 사건화된 사안을 처리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실에서 반복되는 수업 방해와 생활지도 갈등, 학생과 교사 사이에 쌓이는 작은 충돌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더욱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자체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학생 간 폭력을 넘어 '마약'과 '디지털 도박', '사이버 불링' 등 온라인과 비공개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등장하면서 교사와 학교가 사전에 징후를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BTF푸른나무재단이 발표한 '2026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은 전체 학교폭력의 14%를 차지했으며, 온라인게임을 매개로 한 피해는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과 도박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서는 중·고등학생의 5.2%가 비의료용 마약류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접수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도 800건을 넘어섰다.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에게 주어진 역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배치한 만큼 개별 교사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신속하게 개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교권 침해의 원인을 분석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까지 요구된다.
다만 대규모 인원을 단기간에 선발해 연수한 뒤 투입하는 방식인 만큼 사안별 전문성을 어떻게 균질하게 확보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특히 청소년 심리와 학교폭력 판단, 디지털 민원 분석 등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역량이 전담관마다 얼마나 고르게 갖춰지는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백한 교권 침해나 협박까지 조정과 화해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경우 신속한 법적 대응과 실질적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안 교육감이 교권보호단 출범과 동시에 직접 고발에 나선 것도 이런 원칙을 분명히 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교권보호단이 교사 보호에 집중하는 만큼, 문제 학생과 가정에 대한 상담·복지·행동지원까지 충분히 연계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교사와 학부모 간의 대립 구도만 심화될 우려가 있다. 교권 침해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교사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갈등을 일으킨 학생과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돕는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국 교권보호단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건을 처리했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성 민원에 대응해 교사를 보호하는 것과 함께 민원 처리 기준과 절차를 정비하고 학교·교육지원청·교육청이 문제를 공유하며 대응할 수 있는 체계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요컨대 단순 사후대응이 아닌 교권 침해가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출발이 될 수 있지 교육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