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전’을 지나 ‘전격전’을 선언한 가운데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가 최대 관문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27년 산업단지 착공과 함께 일부 반도체 팹을 먼저 착공하고, 2029년 1차 팹 완공, 2030년 6월 1단계 양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된 광주 군 공항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비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메가 프로젝트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핵심 쟁점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결정된 광주 군 공항 문제였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용수, 부지, 전력에 한계에 봉착해 대안을 찾으려고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광주 군 공항이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로서의 최적지로 결론 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군 공항 부지는 수용 문제에서 자유롭고, 용수도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힘을 실었다.
반면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군 공항 부지 안에 있는 미군은 어떻게 내보낼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가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2027~2028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광주 군 공항은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COB)로 평시에 미군이 상주하지는 않지만 유사시에는 미군의 항공전력이 전개될 수 있도록 관련 시설과 구역이 유지되고 있다. 또 일부 부지는 주한미군에 공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적기에 활용하기 위해 미국 측과 구체적인 시점과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전 방식이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광주 군 공항 임시 배치로 인한 안보 및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성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미군 공여지를 조속히 반환받기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 미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그동안 한미 양국은 광주 군 공항 내 미군 시설 이전 문제와 관련해 무안에 대체시설을 마련한 뒤 오는 2033년 9월까지 기능을 옮기는 일정을 전제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즉, 정부가 2028년에 군공항을 반도체 산업단지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전 시점을 5년 이상 앞당겨야 하는 셈이다.
광주 군 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인 제1전투비행단 전투기. ⓒ연합뉴스
정부가 군 공항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기지로 임시 배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시간 차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임시 배치가 현실화하려면 어느 기지로 어떤 기능을 옮길지, 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공군의 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사전문가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조기 분산 배치가 가능한지 자세히 확인하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발표부터 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현재 우리 공군의 여러 비행기지들은 이미 타 기지의 전력을 나눠 받아 전투훈련과 현행작전을 소화하며 사실상 포화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현재 광주기지 분산 전력을 받아줄 여유가 있는 비행단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군공항 이전에)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겠나"며 "국방 예산에서 충당한다면 이미 계획된 전력 증강 사업들이 뒤로 밀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산업 투자 시기를 앞당기고 광주·전남을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려면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을 명확하다.
하지만 군 공항 이전은 산업단지 조성처럼 사업 속도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산업단지와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닌 데다 한미 협의가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미 간에 소파(sofa) 협정이 맺어져 있어서 광주 공항은 비상시에 한미가 공동 운영 기지로 쓰게 돼있고, 외국과 맺는 이 비준은 헌법에 준한다"며 "미국에서는 지금 하이닉스든 삼성이든 다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지으라고는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국익적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군공항 이전에 동의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기업과 산업부 장관의 입장에서 보면 (호남권 펩 1차 완공시점) 2029년이나 2030년도 느리다고 생각한다"며 "속도를 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