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미국과 유럽을 잇달아 덮친 기록적 폭염으로 밀과 옥수수, 채소 등 식탁을 지탱하는 핵심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강력한 엘니뇨와 여러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식량계획(WFP)은 2027년 말까지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4900만 명이 추가로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년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과 가뭄으로 밀과 옥수수 수확량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곧장 중남미와 아프리카 약소숙 주민에게 식량 위기가 될 수 있다. AI 이미지
12일 로이터와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기후변화가 만든 흉작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소외된 지역의 시민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밀, 유럽은 옥수수·채소 생산 직격탄 맞아
올해 세계를 강타한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농산물 생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 7월10일 발표한 세계농업공급수요전망(WASDE) 보고서를 통해 2026년 미국 밀의 생산량 전망치를 15억3600만 부셸(약 4200만 톤)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미국 캔자스 주 밀의 44%, 오클라호마주 밀의 49%가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매우 나쁨~나쁨' 등급을 받았으며, 일부 농민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아예 수확을 포기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유럽에서는 옥수수와 신선채소가 가뭄과 폭염으로 큰 피해를 봤다.
영국 에너지기후지능연구소(ECIU)는 올해 7월22일 발표한 분석에서 6월 폭염이 유럽 곡물농가에 약 20억 유로(약 3조2600억 원)의 피해를 입히고 생산량의 약 1천만 톤의 손실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프랑스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약 340만 톤 줄어 손실액이 8억9100만 유로(약 1조4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고, 헝가리(240만 톤)와 스페인(140만 톤)의 곡물농가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을 덮친 6월 폭염으로 유럽연합과 영국의 곡물 수확량이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채소와 축산업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양파와 토마토, 상추와 리크 등 주요 채소 작황이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재앙적 해'를 맞았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프랑스 채소생산자단체 '베지터블스 오브 프랑스'는 텔레그래프와 나눈 인터뷰에서 "밭이 3시간 만에 타버리면서 한 해 농사 전체가 망가졌고 농작의 장기적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는 닭 70만 마리가 폐사했고, 살아남은 닭들조차 산란율이 떨어졌으며 우유 생산량도 함께 줄어들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가뭄으로 갈라진 땅 모습. ⓒ 픽사베이
기후위기에 전쟁까지 겹친 이중충격
기록적 폭염으로 바다표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상이변인 엘니뇨의 빈번한 발생 가능성도 커지면서 식량위기에 영향을 더하고 있다.
로이터는 올해 해수면 온도가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매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81%까지 높아졌다고 전했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 때 세계적 기상패턴이 변화하는 현상으로 아프리카 남부에는 가뭄을, 아시아 일부지역에는 불규칙한 폭우를 유발한다.
강력한 엘니뇨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부에서 식량위기를 겪을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특히 아프리카 남부와 남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각각 1200만 명 이상이 추가로 심각한 식량불안정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식량계획은 세계적으로 소외된 국가들의 시민 약 4900만 명의 식탁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의 곡물 수출시설과 상선을 서로 공격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 통항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농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장마르탱 바우어 세계식량계획 식량안보 이사는 로이터와 나눈 인터뷰에서 "2025년의 풍작 덕분에 세계 식량시장이 안정됐었지만 중동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식량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니콜라스 자키에 신흥시장 채권매니저도 "높은 에너지 가격이 비료공급 제한과 기후관련 식량 인플레이션과 맞물린다면 그 영향은 광범위하게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기록적 폭염은 단발성 이변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기후변화형 식량위기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이 콘후버 국제응용시스템 분석연구소(IIASA) 기후연구원은 올해 7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이번 극단적 폭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전 세계 농업생산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