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주 도심 기온이 섭씨 39도까지 치솟았다. 바람 없는 날, 폭염은 미동 없이 도심을 짓눌렀다. 턱, 숨이 막혔다. 오후 8시가 넘어도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사람도, 풍경도 다 지쳤다.
전북대학교 복합경기장에 들어서자 풍경이 달라졌다.
7천 석을 가득 메운 행사장에서는 초록색 테라 병맥주가 담긴 얼음 양동이를 든 관람객들이 테이블을 찾아 분주히 움직였고, 가맥집 부스 앞에는 제육볶음과 갑오징어, 계란말이를 주문하려는 긴 줄이 이어졌다.
폭염조차 하이트진로 전주가맥축제의 열기를 막지 못했다. 실제 올해 축제는 역대 가장 많은 인파를 끌어모았다.
긴지훈 특판전주지점 지점장(왼쪽 두 번째)과 전주가맥축제 대학생 자원봉사단 '가맥지기'들과 테라 맥주 상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수진 기자
하이트진로는 지난 6~8일 전북대학교 복합경기장 일원에서 열린 '2026 전주가맥축제'에 3일동안 12만6천여 명이 방문했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처음 전북대학교로 무대를 옮긴 축제는 좌석 규모를 기존 5천 석에서 7천 석으로 늘렸지만 행사장은 연일 만석에 가까운 인파로 붐볐다.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줄임말로, 1980년대 전주의 동네 슈퍼에서 맥주와 안주를 함께 팔기 시작하며 형성된 지역 고유의 음주 문화다. 작은 동네 문화로 출발한 가맥은 이제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이자 지역 축제로 성장했다.
전주가맥축제의 핵심 콘텐츠는 단연 '당일 생산 테라'다. 전북 완주군 용진읍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생산된 맥주가 곧바로 행사장으로 공급된다. 유통 과정을 거치는 일반 맥주와 달리 생산 직후 즐길 수 있어 신선함과 청량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지훈 하이트진로 특판전주지점장은 "3일간 약 3천 케이스(6만 병)를 준비했다"며 "당일 생산 맥주는 전주가맥축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직접 잔에 따른 맥주를 건네며 "맥주 맛을 설명하는 미사여구보다 직접 마셔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며 "막 생산한 맥주는 탄산감과 청량감이 가장 살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당일 생산 테라 외에도 무알코올 음료 '테라 제로'와 신제품 '테라 스파클링' 시음 행사를 운영했다. 또 처음으로 행사장 밖에서 당일 생산 테라를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전주가맥축제에는 지역 대표 가맥집 10곳이 참여해 전주만의 가맥 문화를 선보였다. 전주가맥축제 행사장 전경. ⓒ안수진 기자
행사장 안에서는 전주를 대표하는 가맥집 10곳과 일반 주점 10곳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축제가 단순히 맥주를 판매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가맥 문화를 전국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전주가맥축제 1회부터 참여해 온 '전운가맥'은 축제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본 대표 업소다. 윤숙희 전운가맥 대표는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았지만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가맥축제가 커질수록 가게를 찾는 손님도 늘고 전주 가맥 문화 자체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 하면 비빔밥을 먼저 떠올리지만 가맥 역시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라며 "전국 사람들이 한 번쯤 찾고 싶은 축제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는 '가맥지기'들이었다. '가맥지기'는 전주가맥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단으로, 올해 300여 명이 참여해 축제 운영 전반을 맡았다.
김지훈 하이트진로 특판전주지점장은 "가맥지기는 지금까지 2500명 이상이 활동했고 이들이 없으면 축제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며 "지역 청년들이 애향심을 갖고 지역 대표 축제를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전주가맥축제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맥지기들의 활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맥주를 나르고 길을 안내하고 테라 맥주 얼음 양동이를 채우느라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무대 음악이 흘러나오자 관람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관람객들이 손을 흔들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맥지기들 역시 자신들이 만드는 축제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탁형진 가맥지기 기획단장은 "가맥지기는 전북 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외활동 중 하나"라며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전주를 대표하는 축제를 직접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2026 전주가맥축제'에서 '가맥지기'들이 당일 생산 테라를 앞에 두고 건배하며 여름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안수진 기자
밤이 깊어질수록 축제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공연과 맥주를 즐기는 인파로 행사장은 늦은 밤까지 북적였고, 그 열기는 자연스럽게 대학가 상권으로 번져나갔다.
지역 상생은 올해 축제를 관통한 또 다른 키워드였다. 하이트진로는 전북대 상인회와 협업해 행사장 인근 카페·음식점 등 60개 매장을 공식 파트너 업소로 지정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실제로 축제 기간 대학가 상권 곳곳에는 가맥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홍재화 전북대학교 상인회 회장은 "파트너 매장은 평소보다 손님이 2배가량 늘었다"며 "축제의 열기가 주변 상권으로 확산되면서 상인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일 생산 맥주보다도 그 축제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가맥집 상인과 대학생 가맥지기, 대학가 상권까지. 전주가맥축제 현장은 지역 구성원들이 함께 키워온 전주만의 문화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