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 행보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직접 마련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간담회는 친한계 의원들의 '돌려차기' 발언 논란에 파묻혔고,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는 12번째 순번으로 밀려 연단에도 오르지도 못했다.
외교·안보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정작 정치 화법은 '범죄'와 '복수'를 앞세운 검사 시절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7월30일 국회 대회의실 앞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폐지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한 의원은 국회 입성 이후 외교·안보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독자적 정치 공간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 의원은 전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오찬을 갖고 북한에 대한 '주적' 표현과 호칭,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현안을 논의했다. 검사 출신으로 그동안 검찰·법무 분야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온 한 의원이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외교·안보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행보로 읽힌다.
그러나 같은 날 한 의원이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검사 시절부터 익숙했던 화법이 다시 등장했다.
한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를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 대통령님"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화를 노 전 대통령 묘소에 바친 사진을 공개하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고통받게 될 보완수사권 폐지의 '근원적 동기'나 '공익'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수사를 받았던 민주당 정치인들을 위한 복수심' 때문이라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며 "20년 가까이 민주당 정치를 지배해 온 '노무현 복수심 마케팅'은 허구이며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심 마케팅'을 앞세운 공세는 한 의원이 4일 직접 마련한 '보완 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 간담회에서도 나왔다. 한 의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가짜 억울함으로 복수심 마케팅을 펼쳐 진짜 억울한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한 의원은 "그분이 불행하게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그분의 과오에 대해 언급을 진영 불문하고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렇게 민주당이 잘못된 복수심 마케팅과 가스라이팅으로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옥문을 열고 (있기에) 이제는 누군가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관련 수사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을 억울하게 수사를 받은 인물로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민석 전 국무총리, 이재명 대통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과거 사건도 차례로 소환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수표와 김 전 총리의 과거 불법 정치자금 사건,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송 전 대표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을 일일이 거론한 것이다. 상대 정치인의 과거 이력을 파묘해 사실관계와 책임을 추궁하는 한 의원 특유의 '검사 정치'가 다시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작 한 의원이 직접 마련한 간담회에서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메시지가 아니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 시작 전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맞은편에 앉은 진종오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번 하지"라고 말하고 진 의원이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고 받아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두 의원 모두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된다.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해당 피해 사건을 소재로 농담을 주고받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한 의원이 전달하려던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메시지는 뒤로 밀렸다.
참석자 면면에서도 외연 확장의 성과를 찾기는 어려웠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1명이었는데 이소희 의원을 제외한 10명은 올해 1월 한 의원 제명에 반발하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친한계 의원들이었다. 새로운 우군을 확보했다기보다 기존 친한계만 다시 모인 자리였던 셈이다.
한 의원이 당 밖에서 겪고 있는 한계는 필리버스터에서도 드러났다.
한 의원은 지난달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해 필리버스터 참여를 신청했지만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한 의원을 12번째 순번에 배치했다. 이후 여권이 24시간 만에 토론을 강제 종료하면서 실제 연단에 오른 국민의힘 의원은 4명에 그쳤고 한 의원에게는 발언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의원을 우선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의원으로서는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는 정치적 무대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무소속 의원의 현실을 확인한 장면이 됐다.
한 의원이 당 밖에서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 궁극적 1차 목표는 국민의힘 복당이다. 실제 한 의원은 6월2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보다 국민의힘 복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 2028년 총선에서 보수 진영의 다수당 탈환을 이끌고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문제는 복당의 열쇠를 쥔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에도 대표직을 지키고 있다. 장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당권파 정점식 의원도 6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55표를 얻어 비당권파 김도읍 의원을 7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한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친한계 의원들의 지원에도 당내 세력 확장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권과 원내 권력을 현 지도부가 장악하고 있는 만큼 복당을 위해서는 기존 친한계뿐 아니라 당내 다른 세력과의 접점을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법무를 넘어 외교·안보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한 의원이 타인의 과거를 앞세워 추궁하고 몰아붙이는 기존의 '검사 정치'에서도 벗어나 정치적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복당 행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