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은 한때 코스닥을 대표하는 '바이오 대장주'였다. 그러나 2020년 경영진의 횡령·배임 의혹이 드러나며 거래가 장기간 정지됐다. 16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팔지도 못한 채 긴 시간을 버텨야 했다.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시행되면서 낮은 주가·낮은 시가총액 기업에 대한 퇴출 압박이 커지고 있다. AI가 코스닥 퇴출 규제를 형상화한 이미지.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는 코스닥 시장의 오랜 숙제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성장 기대감에 기업가치가 급등한 기업들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부실이 드러난 뒤에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 결과 신규 상장은 쌓이고 부실기업은 남으면서 시장의 신뢰와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올해 코스닥 상장유지 요건을 대폭 강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기업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시장 전체의 질적 성장은 뒤따르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150억 원에서 올해 200억 원, 내년에는 300억 원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30거래일 연속 종가가 1천 원을 밑도는 '동전주'와 시가총액 200억 원 미만 상태가 이어진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제도도 새로 도입됐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도 90거래일 안에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가 1천 원 미만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낸 상장사는 코스닥 38곳, 코스피 10곳 등 총 48곳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기준 미달 우려 공시를 낸 상장사도 56곳에 달하며, 이 가운데 28곳은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이번 규제가 부실기업뿐 아니라 시장에서 소외된 성장기업까지 함께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코스닥지수는 한때 20% 넘게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그 뒤 지수는 반등했지만 자금은 반도체와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집중됐고 상당수 중소형주는 반등 흐름에서 소외됐다.
그 결과 과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테마주와 성장주들도 관리종목 위험에 놓였다. 이낙연 테마주와 메타버스 관련주로 거론됐던 주연테크는 7일 종가 기준 7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101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면서 상장유지 기준 미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랩지노믹스와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인 에이비온·샤페론 등도 주가 1000원 미만 상태가 이어지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받았다. 한때 성장성을 인정받아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이 이제는 상장 유지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벤처·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로봇, 우주산업 등은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 평가 비중이 높아 단기 주가나 시가총액만으로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경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기술평가 특례상장 바이오헬스 기업에 대한 상장유지 요건의 적정성 분석' 보고서에서 "기술평가 특례상장 기업은 일반 상장기업과 성장 경로가 다른 만큼 상장유지 요건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재무성과 중심이 아니라 기술력과 시장 평가 가치를 함께 반영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