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AI 반도체 호황의 중심지로 떠올랐지만 재정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반도체 기업 소득이 늘어도 경기도 세입은 한 푼 늘지 않는다"며 지방재정 제도 개편 필요성을 다시 제기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경기도청에서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지사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도는 산업을 키우고 기반시설을 만들고 소방 비용까지 부담하지만 기업 성장으로 늘어난 세수는 국가로 간다"며 "경기도는 빈껍데기 부자이자 외화내빈"이라고 말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늘어도 지방정부 재정에는 그 효과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추 지사의 문제 제기는 AI 반도체 호황의 경제적 효과가 경기도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경기도는 삼성전자 화성·기흥 사업장과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등이 위치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호황의 영향으로 동탄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롯데백화점 동탄점 명품 매출이 증가하는 등 지역 경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런 구조적 문제의 대표 사례로 보통교부세 제도를 들었다. 그는 "국가 세수가 늘어나면 지방교부세 재원도 커지지만 경기도는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라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부담이 있는 곳에 재원이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 인건비 부담도 언급했다. 추 지사는 "전국 소방공무원 정원의 17%인 1만1천 명이 경기도 소속"이라며 "1조1천억 원 규모 인건비를 부담하면서도 정부는 담배소비세 명목의 800억 원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추 지사가 지난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지방재정 개편 요구의 연장선에 있다. 추 지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올해 세입 부족으로 7700억 원 규모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야권은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방재정 제도보다 전임 도정의 지출 확대를 지목하고 있다. 청년기본소득 등 복지사업 확대와 각종 재정 지출 증가가 채무 증가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경기도 부채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시기는 이재명 지사 재임 시절"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실제 경기도 채무는 2020년 1조7천억 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2조9천억 원대로 64%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 재임기에는 채무 증가세가 더욱 거세져 2024년 4조9천억 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