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겸 대우건설 회장이 아버지인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주의 별세 6개월 만에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 대표이사를 아버지의 사위에서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했다.
올해 3월 대우건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을 확정지은 대표이사가 불과 4개월 만에 물러났고, 후임으로 주요 사업부서 전무들을 제치고 1971년생의 젊은 상무가 발탁됐다.
재계에서는 이를 정 회장이 '직할 체제'를 구축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우건설 리더십 교체가 단지 사업상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대단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우건설은 올해 1, 2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겸 대우건설 회장이 아버지인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주의 별세 6개월 만에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 대표이사를 아버지의 사위에서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했다. 정 회장이 2025년 12월1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5 주택건설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7일 중흥그룹과 건설 업계에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대우건설이 최근 수익성을 뚜렷하게 회복하는 국면에서 돌연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을 두고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대우건설은 전날인 6일 김보현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 사장의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로, 잔여 임기는 2년7개월가량 남아있다. 대우건설은 "김 사장이 소임을 충실히 완수했다"며 "회사의 지속적 성장과 격변하는 대외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대우건설의 대표이사 교체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불과 이틀 전인 8월4일 대우건설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열고 기존 수주 목표를 18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대폭 상향하며 올해 역대 최대 수주 기록을 예고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1년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뛰었고, 상반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73% 웃도는 성적을 냈다.
김 사장 리더십이 사업적으로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리더십 교체는 그룹 차원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별세한 정 창업주의 사위로, 정 회장의 매형이다. 그는 2021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 당시 인수단장을 맡아 인수 과정을 총괄했다. 2024년 그가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을 때 업계에서는 그가 정 창업주의 사위라는 점을 들어 중흥그룹이 오너경영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정 창업주가 별세하고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정원주 체제 오너경영'이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대우건설이 내세운 새 대표이사 후보의 면면은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김 사장 후임으로 내정된 이강석 대외협력단장은 1971년생의 젊은 상무다. 10대 건설사 대표 가운데 오너경영인을 제외하면 최연소일 뿐 아니라, 핵심 사업부에 버티고 있는 전무 셋을 건너뛰고 대표이사로 발탁된 상무라는 점에서도 이례적 인사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이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1996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영업과 대외협력 분야를 두루 거쳤다. 대우건설은 그를 "정통 대우맨"으로 소개하며 "이번 인사는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오너일가 인사가 물러나고 내부 출신 '젊은피'가 그 자리를 채우는 구도다. 하지만 문제는 교체 시점이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행보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해석도 나온다.
정 회장은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중흥그룹 동일인으로 공식 지정되며 그룹 총수 지위를 확정했다. 정 창업주가 보유하던 지분을 정리하는 승계 작업도 8월을 기점으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 동일인이 변경되면서 김보현 사장과 동일인 사이의 관계도 '사위'에서 '매형'으로 바뀌었다.
오너 3세의 경영 수업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정 회장의 장녀 정서윤씨는 올해 3월 대우건설 미국법인에 합류했고 정 회장의 장남 정정길 상무는 2021년 중흥건설에 대리로 입사한 뒤 2025년 상무A로 승진해 해외사업단 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