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가격이 하이브리드 차보다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전 세계에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를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수출용 전기자동차와 컨테이너들이 2025년 4월13일, 중국 상하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동차 분석 업체인 모빌리티 글로벌이 8일(현지시각)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량에 따른 가중 평균을 계산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전 세계 전기차 평균 가격이 하이브리드 차보다 낮아졌다.
전 세계 전기차 평균 가격은 2025년에 약 3만7천 달러(약 5200만 원)로 2020년 대비 9% 하락했으나, 하이브리드차는 같은 기간 16% 상승해 3만9천 달러(약 5500만 원)를 기록했다.
과거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기차 보급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높은 가격이었다. 중국이나 노르웨이처럼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저렴한 국가에서는 전기차 도입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런데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면서 '고가'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다.
전기차 가격 인하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 하락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데, 리튬 이온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의 에너지 관련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과잉 생산 때문에 승용차용 배터리 가격이 2025년에 2020년에 비교해 37% 하락했다고 추정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값싼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전기차 가격 인하에 기여했다.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는 값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LFP 배터리의 성능이 점차 향상되면서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르노와 독일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도 2025년에 LFP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BYD 등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 통합 공급망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내 전기차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중국 전기차들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 164만 대의 전기차를 수출했다. 이는 2020년 10만 대 미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도 중국 전기차의 약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6년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 4.6%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닛케이아시아는 8일 "특히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에서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보다 저렴하다"며 "태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전기차 제조업체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에 힘입어 중국 자동차 기업인 BYD와 장성자동차는 태국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모빌리티 글로벌의 요시아키 가와노 부소장은 8일 닛케이아시아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들은 판매량이 높은 소형 전기차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며 "그런데 이제는 수익성이 높은 대형 고급 모델로 라인업을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