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의 물리적 기반인 데이터센터가 미국-이란전쟁을 계기로 현대전쟁의 새로운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페르시아만 주변에 자리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시설과 함께 미사일과 드론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중동에 위치한 아마존 데이터센터. ⓒ AFP통신=연합뉴스
데이터센터의 군사 전략적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건설입지와 보험비용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 벌이는 전쟁에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등이 소유한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역대 기술시설 29곳을 공격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왜 걸프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몰렸나
걸프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몰린 배경에는 걸프국가들의 인공지능 육성정책과 낮은 전력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국부펀드를 앞세워 중동을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로 키워왔다. 아랍에미리트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5천억 달러(한화 약 714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건설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한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6개 나라는 미국과 합산 2조 달러(약 2860조 원) 이상의 인공지능 투자 합의를 맺는 대신 중국과 기술 관계를 정리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걸프 지역의 전력비용은 킬로와트시당 0.05~0.06 달러로 미국 평균(0.09~0.15달러)보다 낮아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에 유리하다.
중동지역은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 대륙과 해저케이블로 연결돼 있어 인공지능과 같이 통신속도가 중요한 서비스에 지리적 이점도 제공한다. 여기에 국부펀드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받을 수 있어 데이터센터가 몰렸들었다.
이란,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직접적 위협이 되다
이란은 올해 3월 이슬람혁명수비대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미국 기술기업 7곳의 중동거점 29곳을 '새로운 공격표적'으로 명시한 목록을 처음 공개했고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을 대상지역에 포함했다.
이란은 그 뒤 올해 4월2일 바레인의 아마존 클라우드 센터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는 이를 부인했다.
바레인에 위치한 아마존 데이터센터는 그 뒤에도 4월30일과 7월21일 두 차례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미국도 이란 데이터센터 1곳에 반격을 가했다.
이란은 아마존을 공격하면서 아마존이 미국 군사정보 작전에 클라우드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실제 아마존은 최대 약 90억 달러(약 12조8천억 원) 규모 '합동 전투 클라우드 역량' 계약 등 미국 정부와 다수 계약을 맺고 있다.
문제는 중동지역 국가들의 인공지능 인프라 자산이 이란의 공격에 노출되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저비용 드론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문제로 꼽힌다.
보험사 MSIG USA의 필립 레이 연구원은 미국 CNN에 "데이터센터는 값비싼 장비가 든 거대한 창고에 불과해 방어하기 어려워 보험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짚었다.
앤드루 레디 버클리대학교 교수도 "자산보호가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면 미국 빅테크들은 향후 걸프 투자를 재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