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장기화된 수익성 악화 국면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정부 메가 프로젝트가 현대제철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장기화된 수익성 악화 국면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정부 메가 프로젝트가 현대제철 실적 반등의 카드로 떠올랐다. 사진은 이 사장이 6월18일 당진제철소 안전문화관에서 진행된 'CEO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모습. ⓒ현대제철
8월4일 철강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철강 소재가 현대제철의 중장기 수익 창출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8월3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새로 창출되는 수요가 하반기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바라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첨단 산업 투자 확대에 힘입어 건설 시황이 점차 회복되면서 수익성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는 현대제철이 신규 수요를 발굴할 주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팹(생산공장)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각각 800조 원, 550조 원이 투자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AI 핵심 철강소재 공급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더해지면 수요의 폭은 더 넓어진다. 당초 그룹 투자에 발맞춘 단기 대응 성격이 강했던 AI 관련 사업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축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올해 3월부터 '차세대 전력인프라 핵심산업 판매확대 TFT(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AI 수요를 흡수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2월 전북 새만금에 9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구성된 것으로, 5조8천억 원으로 투자 금액의 65%를 차지하는 AI 데이터센터가 핵심이었다.
9조 원의 단기 먹거리를 겨냥하고 구성한 TFT가 6월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발표로 인해 1천조 원이 넘는 중장기적 수요를 바라보며 현대제철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TFT는 현재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7곳에서 신규 수주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향후에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및 전력 인프라 확충 사업에 필요한 철강재를 일괄 수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1GW(기가와트)당 18~20만 톤, 팹 1기당 약 10만 톤 수준의 철강재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철근, 형강, 후판 등 전 강종 일괄 패키지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수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도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한 AI 수요를 현대제철의 주요 성장 모멘텀으로 꼽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 실적 발표 직후 보고서에서 "국내 철강수요는 아직까지 크게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처가 떠오르고 있다"며 "하반기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용 봉형강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용 매출은 현재 봉형강 매출의 약 3%를 차지하는데 향후 6%까지 이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증한 AI 수요는 이 사장이 취임 이후 마주한 실적 부진 흐름을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1073억 원, 영업이익 577억 원, 당기순이익 121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공시했다. 매출은 2025년 같은 기간보다 2.7%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43.3%, 67.6%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수년 전부터 지속된 흐름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최대 영업이익과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바 있지만 이후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저가제품 유입이 겹치면서 2025년 영업이익은 2192억 원으로 2021년 2조4475억 원에 비하면 4년 사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