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외교 성과에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인 45.9%로 떨어졌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미국·남미·독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을 불러 비공개 부동산 점검회의를 열었다.
7박11일간의 미국·남미·독일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하자마자 별도의 휴식 없이 곧장 국정 현안을 챙긴 것이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돼 구체적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전날 이번 회의를 두고 "부동산 정책 등 국내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여기에 총리와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당국 수장까지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단순한 시장 상황 보고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안 발표가 임박한 만큼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 주택 공급 대책 간 조율은 물론 각 대책이 시장에 미칠 파장과 후속 대응까지 폭넓게 살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귀국 첫 일정부터 부동산 정책을 직접 챙긴 데는 국정 지지율과 집값 민심이 동시에 악화한 흐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0.4%포인트 내린 45.9%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1.0%포인트 오른 50.5%로 취임 후 처음 50%를 넘어섰다.
리얼미터는 "순방에서 거둔 정상회담 성과에도 증시 급락과 부동산 세제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이 해외에서 외교·경제 성과를 쌓는 사이 국내에서는 증시와 부동산 악재가 지지율을 끌어내린 셈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향한 민심은 전체 국정수행 평가보다 한층 더 싸늘했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6%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33%를 크게 앞섰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인 올해 1월보다 9%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역별 부정 평가는 서울에서 60%, 인천·경기에서 61%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18~29세의 61%, 30대의 72%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 청년·실수요자층의 불만이 두드러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55%에 달했다.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였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과반은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전에도 부동산 문제를 직접 챙긴 바 있다. 출국 전날인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에서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공인중개사, 유튜버, 임대인, 무주택자 등 140명이 참석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7월2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100분으로 예정됐던 토론회는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더 듣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193분간 이어졌다. 참석자 140명 가운데 28명은 주택 공급과 대출 규제, 보유세·거래세 개편 등에 대한 의견을 대통령 앞에서 직접 제시했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부동산 정책 전반의 쟁점을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 방향까지 논의되지는 않았다. 한 총리도 이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지난달 27일 후속 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공급·금융·세제 정책에 관한 각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했다. 그러나 두 차례 토론 모두 폭넓은 의견을 듣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기보다는 원론적 의견 청취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도 화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부동산을 비롯한 국내 현안을 점검했다. 그럼에도 귀국 당일 별도의 경제회의를 다시 소집한 것은 부동산 문제를 직접 챙기며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올해 6월 유럽 주요 7개국(G7) 순방 때도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화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지만 국내 후속 회의는 귀국 다음 날 열었다. 반면 이번에는 귀국 당일 곧바로 회의를 소집해 국내 현안 대응에 들어갔다.
순방 외교의 성과에도 부동산을 둘러싼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집값 안정이 민심 회복의 관건으로 떠오른 만큼, 이 대통령 앞에 놓인 부동산 과제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시급해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전국지표조사(NBS)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