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3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늘리는 한편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 쪽 혜택은 줄이고 초고가주택의 부담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동산 세금의 무게중심을 '실거주'로 옮기면서 비싼 집에는 그만큼 부담이 따르도록 한 것이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시장에 매물을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와 세입자 퇴거·임대료 전가로 전월세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부·기후부·원안위의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종합하면 재정경제부가 전날 부동산 과세의 중심축을 실거주 여부와 보유 자산가액 쪽으로 옮긴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함에 따라 세 부담의 형평성과 전월세 시장 파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현재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 원대가 돼도 세금은 몇 억밖에 안 된다. 투자용으로 사 가지고 수십억을 버는데 세금을 거의 안 낸다"며 "이건 근로노동자들의 근로소득하고 너무 형평이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이 조세제도를 정상화하는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실제 거주 여부와 주택 가액 중심으로 다시 설계한 데 있다. 종부세는 같은 1세대 1주택자라도 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액을 달리 적용한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낮춘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재산세·종부세 등 세금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주택 가격이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2028년 중간 단계를 거쳐 2029년부터 거주 기간 중심의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한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에서 각각 최대 40%, 합계 80%를 공제받을 수 있다. 2029년부터는 보유 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 기간 1년당 8%씩 최대 80%를 공제한다.
공제액에는 인별 연간 한도와 양도 물건별 한도를 각각 신설한다. 두 한도 모두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부터는 10억 원으로 제한된다. 한 사람이 여러 주택을 팔더라도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공제액은 10억 원을 넘을 수 없고, 주택 한 채를 팔면서 받을 수 있는 공제액도 10억 원까지만 인정된다는 뜻이다.
반면 2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에게는 2027~2028년 양도세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춘다. 완화 대상에는 2026년 중 중과세율을 적용받은 양도분도 포함된다. 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양도 단계 세 부담은 높이면서 다주택자에게는 매도 기회를 열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려는 구조다.
개편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핵심은 '과세 형평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저가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초고가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세금에서 유리해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편안은 주택 수보다 전체 자산가액을 중심으로 세율을 적용하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주어지던 공제 혜택을 축소했다. 여러 채를 한 채로 줄이더라도 남은 집의 가치가 높으면 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오랫동안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받던 혜택도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면 줄어드는 구조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늘리면서 비거주·초고가·다주택자의 보유 비용을 높이고 매도 단계의 세금은 일시적으로 낮춘 만큼 일부 매물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실거주 중심 과세가 반드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교육·전근·질병 치료 등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거주 기간이 3년을 넘거나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자기 집을 떠난 1주택자도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려고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거나 임대주택을 매각하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보유세 증가분이 임대료로 전가돼 세입자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곧장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월세로 살던 집주인이 자기 집으로 이동하면 임대주택 한 채가 시장에서 빠지는 동시에 기존 거주지가 비고, 집주인 자신도 임차 수요에서 이탈한다. 전체 수급만 놓고 보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셈이다. 여기에 향후 공급 대책까지 병행되면 실거주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지적인 전월세 불안도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일 서울 강남구의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한편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편안은 한마디로 '세금폭탄 투하 선언'"이라며 "고가주택 및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부담은 결국 전월세 가격에 전가되고,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은 폭염으로 열불 나 죽겠는데 이재명 대통령, 귀국하자마자 던진 것이 세금폭탄"이라며 "말은 '공정과세를 위한 조세개혁'이라고 번지르르하지만 실상은 뿌린 돈 걷어가는 조세강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모든 종부세 납부자의 세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된다. 기본공제액은 종부세를 계산할 때 주택의 공시가격에서 먼저 빼주는 금액이다. 따라서 공시가격이 14억 원인 주택은 기본공제액 14억 원을 빼면 세금을 매길 금액이 남지 않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시가격 14억 원은 시가로 약 20억 원에 해당한다.
공시가격이 14억 원을 넘더라도 일정 가격대에서는 세금이 줄어든다. 공시가격 20억 원, 시가 약 30억 원인 주택은 현행 제도에서 공제액 12억 원을 뺀 8억 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해 과세표준이 4억8천만 원으로 산정된다. 개편 후에는 공제액 14억 원을 뺀 6억 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해 과세표준이 4억2천만 원으로 낮아진다.
직접적인 증세 범위도 제한적이다.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시가 40억 원 초과 아파트는 현재 약 6만5천 호로 전체 공동주택의 0.4%에 불과하다.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되는 시가 50억 원 주택에 10년간 거주한 60세의 종부세는 현행 453만9천 원에서 2028년 978만5천 원으로 두배 이상 오르게 된다.
요컨대 증세 범위만 놓고 보면 이번 개편안은 비거주·초고가·다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높인 것을 뼈대로 한다. 국민 전반을 향한 '세금폭탄'이라기보다 자산 규모와 실거주 여부에 따라 부담을 재조정한 선별 과세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