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대상이 되는 상장주식을 선정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이소영 의원이 2025년 5월 발의한 법안(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PBR 0.8배) 적용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이를 보완한 세부 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을 뿐 아니라, 현행 상장주식 평가액 대비 가산 기준(30%)도 너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세종청사 내 재정경제부 청사 전경 ⓒ 연합뉴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 평가방법 신설 방안’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증여세를 더 내야 하는 ‘주가 누르기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 기업과, 최근 중복상장 또는 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된 기업을 정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①최근 13반기 중 12반기의 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 또는 10%(코스닥)에 해당하는 기업 ②최근 1년간 중복상장 또는 EB 발행 등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한 기업 ③현행 상장주식 평가방법(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에 따른 시가평가액이 최근 6개월간·1년간·2년간·3년간 평균액 중 가장 큰 가액에 견줘 30% 이상 낮은 기업이 해당된다.
①의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의 상장주식 평가액은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총 4개월)의 평균액에 30%를 가산한 금액과 △최근 6개월간·1년간·2년간·3년간·4년간·5년간·6년간·6년6개월간 각각의 평균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결정한다.
②와 ③에 해당하는 기업의 상장주식 평가액은 최근 6개월간·1년간·2년간·3년간 각각의 평균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결정한다.
즉, 저PBR 기업의 경우 ‘현행 기준의 1.3배’ 또는 ‘최소 6개월, 최대 6년6개월간의 평균주가’ 중 더 큰 금액이, 기업가치 훼손 행위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최소 6개월, 최대 3년간의 평균 주가’가 상속·증여세 산정을 위한 기준 금액이 되는 셈이다.
적용 대상 여부는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납세자가 기업가치 하락에 조세 회피 목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경우 기존 평가방식이 유지된다.
이번 방안은 법령 개정 등을 거쳐 2027년 4월1일 이후 양수·양도되는 주식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소영 의원 ⓒ 연합뉴스
◆ “사실상 적용대상 없을 법안” 비판
이번 정부안이 기존 이소영 의원의 법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의 법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경우 상속·증여세 산정 시 시장가격(시가) 대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한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하고, 계산된 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선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선으로 적용하도록 한 비상장주식 평가 기준과 형평성을 가지도록 하는 취지도 있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가산세율 20%를 삭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PBR이 낮은 상장사 최대주주의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으므로 이 부담을 경감하자는 취지였다. 정부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이소영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정부 안대로 하면 13반기 중 딱 2번만 최하위 리스트에서 벗어나면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적용대상이 없을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어렵게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해도, PBR이 0.1인 회사는 0.13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면 된다”고 꼬집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4일 논평에서 “6년 반 기간 중 호실적을 발표하는 시점에 배당 증가, 자기주식 매입 등 긍정적인 뉴스를 동시에 공시함으로써 반기 기준 2번 주가를 부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대부분의 저PBR 회사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세제개편안”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최근 13반기 중 12반기의 PBR이 업종별 하위 25%에 해당하는 코스피 상장회사 수는 84~87개에 그치며, 이들의 평균 PBR은 0.27배로, 30% 할증해도 PBR 0.35배밖에 안 된다”고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