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이용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일찍 시작하고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학업 성취도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 중인 청소년들. ⓒ연합뉴스
4일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 마르코 구이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이탈리아 학생 5227명의 학교생활을 장기간 추적해 보니 6학년(11~12세)에 소셜미디어를 시작한 학생은 이후에 시작한 학생보다 이탈리아어와 수학 성적이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탈리아 북부 28개 학교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과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INVALSI) 성적을 연계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이번 연구에서 6학년 때 SNS 계정을 만든 학생은 9학년 이후 계정을 만든 학생보다 8학년 이탈리아어 성적이 0.22 SD(표준편차), 수학 성적은 0.18 SD 낮았다. 이러한 차이는 시간이 지나도 유지됐다. 10학년에서는 이탈리아어 성적 차이가 0.22 SD로 같았고, 수학은 0.27 SD까지 벌어졌다. 연구팀은 교육 연구에서 0.2 SD 이상의 차이는 약 6개월의 학습 성과 격차에 해당하는 비교적 큰 효과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을 시작한 시기가 늦을수록 성적 격차는 줄어드는 경향도 확인됐다. 7학년에 시작한 학생은 10학년 기준 이탈리아어와 수학 성적이 각각 0.17 SD, 0.22 SD 낮았고, 8학년에 시작한 학생은 두 과목 모두 0.11 SD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어 성적은 소셜미디어 이용 시작 시기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영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학습 효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을 항상 가까이 두고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에도 주목했다. 분석 결과, 이러한 습관은 소셜미디어 조기 이용과 학업 성취도 저하의 관계를 15~47%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의력 분산이 두 변수 사이를 연결하는 주요 요인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소셜미디어 이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이른 시기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성장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소셜미디어가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는 많았지만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고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이용 시작 시기와 학업 성취도의 관계를 장기간 추적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이 교수는 논문에서 "11~12세에 소셜미디어를 시작한 학생들에게서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는 아이들이 소셜미디어가 초래하는 주의력 분산을 스스로 관리할 만큼 인지적으로 성숙하기 전까지는 이용 시기를 늦추는 정책이 학습 측면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