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같이 사업 한 번 하자. 내가 당장 돈이 없어서 그런데 돈 모일 때까지 기다리기 좀 그래. 네가 자본만 대면 운영은 내가 다 알아서 한다. 수익은 깔끔하게 반반."
오랜 지인 사이인 A와 B는 술자리에서 의기투합해 식당을 차렸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A는 모아둔 1억 원을 냈습니다. 요리에 자신있는 B는 레시피와 노동력을 내놓고 주방과 홀을 도맡았습니다. 서로를 믿었기에 계약서 대신 "수익은 5대 5"라는 말 한마디로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동업 관계에서 '반반'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위험한 약정일 수 있다. AI 이미지.
여기까지 읽고 불길한 예감이 드셨다면, 정확합니다.
개업 초기 반짝하던 매출은 반년 만에 곤두박질쳤고, 가게는 매달 임대료를 걱정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불안해진 A가 불쑥 말을 꺼냅니다. "나 그만할래. 내 돈 1억 원 돌려줘."
B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반년 동안 쉬는 날 없이 하루 12시간씩 일했어. 난 돈 한 푼 못받고 일했는데, 남은 보증금 팔아서 네 원금만 빼가겠다고? 내 인건비라도 줘.”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싸움에 승자는 없습니다.
벌 때는 반반, 못 벌면 없었던 일로?
A의 요구는 벌 때는 반반이지만,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말처럼 보입니다.
누구든지 이러한 요구를 들으면 말이 되냐고 생각할 것입니다.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은 동업을 '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그 핵심은 이익만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손실까지 함께 짊어지는 관계라는 데 있습니다. 이길 때만 동업자이고 질 때는 돈 빌려준 사람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수익만 반반이라고 했지, 손해 얘기는 한 적 없는데?"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소용 없습니다. 이익을 나누는 비율을 정했다면 손해도 같은 비율로 나누기로 한 것으로 법은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낸 돈 1억 원이 아니라, 그만두는 시점에 남아 있는 재산에서 빚을 뺀 금액 중 자기 몫뿐입니다. 남은 게 보증금 4천만 원과 중고 집기 500만 원, 밀린 외상값이 1500만 원이라면 순재산은 3천만 원이 될 것입니다. A의 몫은 잘해야 그 일부입니다.
법원은 그만두는 시점에 동업 재산이 적자라면 지분을 돌려받을 수 없고, 재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조차 돌려받겠다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1억 원을 낸 A가 빈손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B는 어떨까요.
B의 사정은 더 얄궂습니다. 법은 돈만 출자로 보지 않습니다. 노동력도 출자입니다. 그러니까 B는 지난 반년간 월급을 받는 직원이 아니라, 매달 자기 노동을 투자금으로 걸어 온 투자자였던 셈입니다. 동업자는 직원이 아니기에, 월급을 따로 받기로 약속해 두지 않았다면 인건비를 청구할 길도 마땅치 않습니다.
A는 원금이 보장되는 적금이라고 보았고, B는 월급은 챙겨 나올 수 있는 직장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눈에는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같은 판에 돈과 노동력을 건 투자자였습니다.
가장 공평해 보이는, 가장 위험한 숫자
반반은 가장 공평해 보이고, 실제로 가장 흔한 동업의 형태입니다. 그런데 법원의 눈으로 보면 5대 5는 누구에게도 결정권이 없는 구조입니다. 동업체의 일은 과반수 찬성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두명이서 지분을 5대5로 정한 동업에서는 의견이 갈리면 과반수는 영원히 나올 수 없습니다. 둘 모두가 합의해야만 결정할 수 있고,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영원히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적자를 메우려 대출을 받아 마케팅에 쓸 것인가, 직원을 줄이고 버틸 것인가. 의견이 갈리는 순간 가게는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립니다. 그 후부터는 사업은 굴러가지도 멈추지도 못한 채 말라 갑니다.
5대 5는 가장 사이좋게 시작하는 비율이자, 가장 확실하게 싸우게 될 수 있는 비율입니다.
친형제라도 장부는 분명히 하라(親兄弟, 明算帳)
동업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말을 못 꺼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자는 말은 "널 못 믿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중국에는 "친형제라도 장부는 분명히 하라(親兄弟, 明算帳)"는 속담이 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 사이에도 돈 얘기는 서운함이 아니라 상식이라는 뜻입니다. 하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업자 사이라면, 계약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계약서에 최소한 세 가지는 담으십시오.
첫째, 한쪽이 그만둘 때의 정산 기준. 낸 원금인가, 그 시점에 남은 재산의 가치인가.
둘째, 노동으로 출자하는 쪽의 값. 지분 몇 퍼센트로 환산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월급으로 처리할 것인지.
셋째, 의견이 갈릴 때 매듭짓는 방법. 일상 업무는 누가 결정하고, 중대한 결정은 어떤 방식으로 내릴 것인지.
A와 B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두터운 신뢰가 아니라, 술김에 한 약속을 받아 적은 종이 한 장이 아니었을까요.
글쓴이 김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선인 파트너 변호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거제시에서 행정법률 자문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소송 현장을 누비며 법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승변’은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법전 속에 갇힌 법률 상식이 아니라, 당장 내 삶을 지켜주는 유용한 생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