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의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청의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다. 하지만 29일까지 진행한 의견 수렴에는 41일 동안 무려 4000여건이 넘는 입법 의견이 쏟아졌다.
이륜차 사용자와 배달라이더 등이 7월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륜차주차금지법 철회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를 보면, 지난 6월19일부터 7월29일까지 진행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는 총 4089건의 입법의견이 제출됐다. 그중에는 이륜차 단속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단속할 것이라면 세울 곳부터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31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올라 온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총 4089건의 입법의견이 제출됐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
입법 의견을 낸 박아무개씨는 29일 "이제서야 그동안 방치되었던 이륜자동차를 제도권으로 영입을 하려는 것 같아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지만 이륜차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단속부터 한다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현재 이륜차는 법적으로 모든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많은 주차장에서는 주차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부분의 주차장은 전면번호판을 인식하므로 이륜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따라서 주차장이 신설될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후면번호판 인식 카메라도 설치하고 모든 주차칸에 주차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거부가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또한 주차장 신설 시 이륜자동차 주차칸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법령을 제정하길 요청드린다"고 의견을 제안했다.
현재는 경찰이 현장에서 이륜차 운전자를 확인하면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현장을 떠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행령에 이륜차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 규정이 없어 차량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찰이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이륜차가 주·정차 금지구역에 세워져 있다면 일반 지역에서는 3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표지가 설치된 소방시설 주변이나 노인·장애인보호구역에서는 6만 원,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9만 원으로 과태료가 올라간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주·정차 위반이 이어지면 1만 원이 추가된다.
경찰청은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을 마친 뒤 후속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륜차 사용자와 배달라이더 등이 7월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륜차주차금지법 철회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운전자가 현장에 없어도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달원이 음식 전달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이륜차의 주·정차 위반이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발이 가장 거센 곳은 배달노동자들이다. 라이더유니온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이륜차를 세울 공간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단속부터 강화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배달 노동자 입장에서는 음식이나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건물 앞에 잠시 이륜차를 세워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륜차 주차공간과 생계형 이륜차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오토바이를 세울 곳은 충분히 마련됐을까. 현장에서는 이미 이륜차를 둘러싼 주차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우지 말라는 공고문까지 내걸었다.
바이크를 타는 전아무개(30)씨는 "골목 구석이나 자전거 세우는 곳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주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이나 스페인 등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바이크 주차장이 확충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하면 안 되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는 바이크 주차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단속만 하게 되면 바이크 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일반 주차장 차량 주차구역에 합법적으로 주차할 수밖에 없고 이는 바이크와 승용차 운전자들 모두에게 나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