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보면 신한은행 순이익은 우리은행의 1.46배에서 1.79배가 됐다. KB국민은행은 1.40배에서 1.62배, 하나은행은 1.34배에서 1.55배로 올라섰다. 정 행장이 신년사에서 내건 '격차 축소'와는 반대 방향이다.
◆ 이자이익도 대출도 늘었는데 순이익만 줄었다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받아든 성적표의 특징은 '이익 기반'과 '결과'가 서로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4조11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다. 순이자마진(NIM)은 1.44%에서 1.51%로 7bp 올랐고, 총대출은 344조383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1% 증가했다. 정 행장이 강조해 온 대기업 여신은 63조9940억 원으로 15.7% 늘었다. 수수료이익도 6087억 원으로 27.8% 증가했다.
그럼에도 순영업수익은 4조51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줄었다. 늘어난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다른 곳에서 모두 상쇄됐다는 뜻이다.
그 '다른 곳'은 바로 유가증권 관련 손익을 포함한 비이자이익 부문이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39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97억 원보다 40.5% 줄었다. 그룹 전체 비이자이익이 1조630억 원으로 20% 늘어난 것과 정반대 방향이다.
세부 항목을 보면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지난해 상반기 4041억 원 이익에서 올해 상반기 2885억 원 손실로 돌아섰다. 외환·파생 부문 이익이 3725억 원에서 6755억 원으로 늘며 일부를 메웠지만, 두 부문의 이익을 합친 금액은 7766억 원에서 3870억 원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우리은행은 1분기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희망퇴직 비용과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관련 충당금을 들었다. 실제로 1분기 대손비용과 희망퇴직 비용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상승했다.
문제는 2분기다. 일회성 요인이 걷힌 2분기 순이익은 8421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8.8% 적었다. 감소폭은 1분기 16.3%에서 절반가량 줄었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실적 하락세를 단순히 일회성 비용 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건전성지표도 대부분 악화됐다, 그룹 개선된 대손비용률도 은행은 약화
우리은행의 6월 말 고정이하여신은 1조349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9.1%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1%에서 0.39%로 올랐고, 대손충당금적립률(NPL 커버리지)은 172.6%에서 132.9%로 39.7%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0.34%에서 0.43%로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실적 발표에서 "우량자산 중심 성장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대손비용이 안정화됐다"며 그룹 대손비용률이 0.48%로 0.01%포인트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은행'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대손비용은 61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47억 원보다 23.8% 늘었다. 대손비용률(대손비용 연환산 금액÷총채권 평균잔액으로 계산) 역시 0.30%에서 0.36%로 6bp 올랐다.
◆ 연임 심사 앞둔 정진완, 2025년 ‘기반 마련’은 증명됐으니 이제 실적으로 보여줄 때
정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계열사 CEO 평가는 올해 연간 실적이 나오기 전에 이뤄진다. 시간표를 살피면 3분기 실적에서 반등을 보여주는 것이 정 행장의 연임 여부에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정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논의 당시 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본인의 연임뿐 아니라 차기 회장 경쟁 구도까지 고려하면 3분기 실적이 갖는 무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진완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우리가 기반을 다지는 것에 집중했던 이유는 올해 그 위에서 조직을 혁신하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기반’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15.3%까지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같은 날 기준 CET1비율이 13.7%로, KB금융지주에 이어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2위의 안정적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살피면, 우리은행의 자본 적정성이 그룹 전체의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셈이다.
정진완 행장은 24일 열린 우리은행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반기에는 확실한 성과를 만들고 경쟁 은행과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자”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실적으로 증명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