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향해 '짝짓기 투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민석(왼쪽),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방송토론회 시작 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가 거론한 '짝짓기 투표'는 친정청래계 후보들에게 표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교차투표 방식을 뜻한다. 양측 모두 당대표에 선출된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정적 리더십 구축을 위해 '선출직 최고위원 3명 확보'에 전력을 다하면서 지지층의 투표 전략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30일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민석 후보가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투표 방법 가이드라 볼 수 있는 '생일 찍기', '홀짝 찍기' 등을 문제삼으며 공격에 나섰다.
김 후보는 전날 오후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 TV토론에서 "계파 정치를 비판한 정 후보가 가장 구태적 계파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생일 찍기, 홀짝 찍기는 십몇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노골적 구태 정치"라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김 후보는 같은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집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 후보는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걸 누가 시키지도 않고 말릴 수도 없는 문제"라며 맞섰다.
실제 이른바 '팀정청래' 지지층 일각에서는 예비경선 단계부터 생일별로 투표할 후보를 나누는 '홀짝 투표'를 기본적 투표 전략으로 삼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인지도 측면에서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최민희 후보에게 1표를 주는 동시에 태어난 월이 홀수인 사람들은 '최민희 + 한민수', 짝수인 사람들은 '최민희 + 이성윤'으로 투표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들에 대한 투표 전략을 안내하는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최근에는 홀짝 투표를 넘어선 '3분할 투표 전략'까지 제시되며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3분할 투표는 예를 들어 1~4월생은 최민희 + 이성윤, 4~8월생은 이성윤 + 한민수, 8~12월생은 한민수 + 최민희 등으로 홀짝 투표보다 하나 더 선택지를 늘린 것이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29일 딴지일보에 올린 글을 통해 "제가 수석최고위원이 되는 것보다 이성윤, 한민수, 최민희 세 명이 (모두) 지도부에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들의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는 김민석 후보 지지층의 셈법도 더욱 복잡하다. 친석(친김민석)계 또는 친길(친송영길)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 후보는 모두 5명에 이른다. 이에 '팀정청래' 지지층처럼 단순하게 표를 나누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최근 김민석 후보 지지층 사이에서는 최고위원 5명 후보 가운데 2명을 버리고 3명에게 표를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가 커뮤니티나 SNS상에 퍼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티티와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포스터. "임미애, 김영호는 버리고 갑시다"라는 표현을 눈길을 끈다. ⓒ엑스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김영호, 임미애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박선원, 김용, 서미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취지다. 표심을 모으는 조건을 '팀정청래' 쪽과 동일하게 만들어 최고위원 3명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조원씨앤아이가 29일 발표한 차기 민주당 최고위원 지지도 조사에서 최민희 후보 27.9%, 박선원 후보 13.4%, 김용 후보 9.7%, 서미화 후보 8.9%, 한민수 후보 5.4%, 이성윤 후보 4.0%, 김영호 후보 2.4%, 임미애 후보 2.2%로 집계됐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정청래 후보 쪽의 최고위원들에 대한 전략은 짜여져 있고 예비경선 때 시험을 해서 본경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쓸 게 보이는 상황인데 지금 너무 분산돼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 후보 측과 김 후보 측 지지자들이 치열한 셈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최고위원 3명을 당선시키려는 이유는 당대표 선출 이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선출 이후에도 3명 이상의 선출직 최고위원이 있어야 당 운영 및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당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당초에는 정 후보나 김 후보 지지층 모두 자신들이 선호하는 최고위원 2명만 선출되면 의결에 필요한 다수인 5명(당대표 + 선출직 최고위원 2명 +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런데 김 후보와 정 후보 모두 지명직 최고위원 중 1명을 청년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선발된 사람으로 지명하겠다는 공약을 했기 때문에 당대표가 직접 선택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이 사실상 1명으로 줄어들면서 안정적인 우군으로 계산할 수 있는 인원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최고위원은 당원들이 별도 경선을 통해 선출한 인사로 당대표가 직접 선택한 지명직 최고위원과 달리 당대표의 안정적 우군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결국 최고위원 3명을 당선시켜 '당대표 + 최고위원 3명 +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등 5명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당대표 선출 이후에도 주요 현안 의결에 대한 안정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지지층들이 교차투표 전략을 만드는 핵심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권리당원 선거인단이 155만 명을 넘고 실제 투표자도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차투표 전략의 실효성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권리당원 선거인단은 155만3820명인데 투표율이 40%만 기록해도 62만 명 이상이 투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투표 전략이라는 것이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는 급속하게 퍼지겠지만 그 정도로 정치 고관여자가 아닌 권리당원들도 많다"며 "당내 경선이라도 특정한 전략이 수십만 명, 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동일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민주당 지지층 및 무당층 114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9%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