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이번 선거를 어떤 대결로 정의할 것인가'를 둘러싼 프레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김민석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후보의 갈등을 뜻하는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공세를 펴자, 정 후보는 이를 김 후보와 자신의 대결인 '석청대전'으로 받아쳤다. 글자 하나 차이지만 두 표현의 차이는 천양지차라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환영 나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는 29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나와 "명청대전은 허구"라며 "석청대전이라면 그래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싸워서 저에게 무슨 이익이 있냐"며 당정 갈등설에 재차 선을 그었다.
앞서 김 후보는 20일 첫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또 다시 명청대전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길 원하느냐"며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또한 "자기 정치와 사당화로 당정 갈등을 일으키는 당대표는 안 된다"며 정 후보가 연임할 경우 당정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명청대전은 정 후보가 지난해 8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부각되면서 생긴 표현이다. 민주당이 올해 2월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 전준철 변호사를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하자, 이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며 갈등설이 증폭됐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환송 행사에서 줄곧 배웅에 나왔던 정청래 당시 당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빠지고, 앞선 순방 환송 행사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청래 패싱' 논란이 정점을 찍었다.
그동안 김 후보에게 명청대전은 정 후보를 공격하기에 가장 편리한 수단이었다. 반대로 정 후보에게는 반드시 떼어내야 할 꼬리표인 만큼 이를 지우는 데 주력해 왔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도 전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김민석 후보와 정청래 후보의 대결"이라며 석청대전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가 바로 다음 날인 이날 같은 표현을 꺼내 경선 구도를 재정의한 것은, 대통령과 대립하는 후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김 후보를 같은 링 위로 끌어들이려는 적극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석청대전 프레임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정 후보는 당정 갈등의 당사자로 비치는 부담을 덜고 대통령과의 불화설에서 비롯되는 잡음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본경선 투표가 이미 시작된 만큼 이는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명칭이 당원들에게 각인되느냐에 따라 경선의 판세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