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 의혹' 공방이 계파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친석(친김민석)계가 민주당 전체와 수사 차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박선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또 다른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신천지 의혹을 진화하려 햇으나 "신천지 의혹의 근거는 '나무위키'에서 찾아보라"고 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경남 창원 권리당원 강연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안을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꺼내 들었다가 정권 재창출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 친낙계의 '대장동 의혹 제기'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2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신천지 신도의 민주당 입당 내용을 알리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신천지 개입 의혹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합수본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신천지에서 탈퇴한 일부 신도가 '2022년 말경 지파간부가 신도들에게 A정당(국민의힘)에 가입하라고 했고, 신도들이 거부감을 표시하면 B정당(민주당)에도 가입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B정당(민주당)은 총회 차원에서 조직적 당원 가입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국민의힘 당원 가입의 경우 신천지가 '정점'인 이만희 총회장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강제했다고 보고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은 지역 선거캠프 측 요청으로 신천지 신도들이 경선을 지원하기 위해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의 이번 발표로 인해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을 둘러싼 민주당 내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합수본의 수사 설명대로라면 과거 특정 시점에 지역 선거캠프의 개별적 요청을 받은 일부 신도가 있었다는 수준에 불과해 전당대회 전반을 뒤흔들 만한 '조직적 개입설'의 실체적 진실은 전혀 증명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친석계는 신천지 총회 차원의 개입 정황이나 물증을 없는 상태에서 신천지 의혹을 성급하게 정쟁화하거나 의혹을 부풀림으로써 민주당 전체를 위기 빠뜨린 셈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민주당 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국민의힘 보고 신천지당이라고 공격을 했는데 김민석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 당도 신천지당이네? 당신이 입증을 해봐라는 식의 분노감을 샀다"며 "대장동 때 이재명 후보도 이낙연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바람에 이렇게 후유증이 큰데 이것도 지금 그런 식으로 가는 거 아니야, 하는 공포감도 있고 전략적인 미스"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청래 전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친석계로 분류되는 박선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고작 근거가 누구나 편집이 가능한 '나무위키'냐"라는 조롱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27일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근거를 제시하라는 친정청래계 요구에 대해 "나무위키에서 검경 합동수사본부 정교유착 수사를 검색하면 내용이 다 나온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분노한 일부 민주당 지지층이 박 의원 페이스북에서 비판하는 댓글을 쏟아내자 박 의원은 "근거는 직접 받은 제보와 녹취록"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박 의원은 앞서 유시민 작가 비판에 이어 이번 나무위키 논란까지 겹치면서 유튜브 구독자 수가 1만 명 이상 빠지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당초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인지도가 높아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박 의원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여기에 김민석 전 총리가 정 전 대표와 신천치의 연관성을 거론한 적이 없다며 의혹 제기에 문제가 없다는 박 의원의 언급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총리가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들 관점에서는 김 전 총리가 언급한 '반명'(반이재명)은 정 전 대표를 비롯한 '팀정청래'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연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놓고 정청래 전 대표를 직접 말하지 않았다며 한발 빼는 것은 무책임해 보일 공산이 크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왼쪽부터), 정청래 당대표 후보,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가 2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북 알정찍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민희 페이스북 갈무리
이 때문에 친청(친정청래)계 쪽에서는 김 전 총리가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 주장에 대한 근거 제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보도를 보니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수십 명이 가입했다고 수사한 걸로 돼 있는데 이 정도 인원을 가지고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가입했을지 부분을 의혹 제기한 분께서 제시해주셨으면 한다"며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이라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정말 우리 당, 그리고 우리 당원들이 많이 상처를 받았고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당대회 초반 국면에서 수세적으로 임하던 정 전 대표 측은 이번 신천지 의혹은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를 보이고 있다. 친청(친정청래)계가 이번 사안을 '제2의 대장동 의혹 제기'로 규정하고 반격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친낙(친이낙연)계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제대로 된 팩트체크 없이 정략적으로 꺼냈다가 당 전체가 '대장동 덫'에 걸려 들었던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친청계 최고위원 후보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전당대회에 신천지를 끌어들이고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 비밀 3자 연합 운운한 선거 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대통령께서 순방 중이시고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하셨는데 이게 다 묻히고 신천지, 신천지, 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수십 명 신천지가 150만 당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 전 총리가 '전당대회 개입설'을 제기했는데 친석계 후보인 박선원 의원이 신천지 문제를 전당대회 이후에 조사하고 가다듬자는 주장을 내놓는 것도 "의혹은 키울대로 키워놓고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냐"는 반응이 나온다. 불리해지니 한발 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 전 대표와 신천지의 연관성에 관한 질문에 "그 부분은 확인하지 않았다. 당대표로 출마하신 지도자들이 (신천지와) 어떻게 연루됐을 것이다라고 예단하고 파고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금 우리가 불을 내버려서 이 전당대회를 신천지의 소용돌이로 확 들어가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이미 들어온 신천지 분들도 다 당원이고, 정치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경고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이날 경남 창원대에서 열린 권리당원 강연회에서 신천지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