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는 여름밤, 한강 수영장은 올여름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로 떠올랐다. 야간 개장과 음악, 수많은 인파가 어우러진다. 그러나 그 열기 속에서 헌팅과 흡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함께 늘고 있다. 누군가에게 한강 수영장은 가족이 함께 찾는 공공 피서지가 아닌, '유사 클럽'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한강수영장. AI 이미지.
지난달 19일부터 서울시는 한강 수영장과 물놀이장을 개장했고, 이달 3일부터는 뚝섬·여의도 수영장과 잠실·난지 물놀이장을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밤늦게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시민들은 크게 호응하고 있다. 개장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6일 동안 한강 수영장과 물놀이장을 찾은 이용객은 14만9988명에 이른다. 뚝섬 수영장은 지난해보다 29%, 여의도 수영장은 37% 이용객이 늘며 야간 개장의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수 많은 인파가 몰린 결과, 이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30대 여성 A씨는 허프포스트에 "동생과 함께 한강 수영장을 찾았다가 반복되는 헌팅 때문에 결국 예정보다 일찍 귀가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장의 분위기는 가족 피서지가 아니라 이태원이나 홍대의 클럽에 가까웠다고 한다. JTBC는 최근 아이들 풀장 옆에서 흡연하는 이용객이 포착됐고, 바닥과 수풀에는 담배꽁초와 담뱃갑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입구에는 '다이빙·음주·흡연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현실은 그 문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SNS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스타그램에서 '한강수영장'을 검색하면 물놀이 정보보다 헌팅이나 술자리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릴스와 쇼츠, 관련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존잘', '존예', '번따' 등과 관련된 영상 및 게시물은 한강 수영장을 가족 피서지가 아닌 새로운 만남의 성지라 소개한다.
물론 모든 게시물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게시물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이용객들 역시 그 공간을 자연스레 '헌팅 장소'로 인식하게 되고, 그 인식은 다시 현장의 분위기를 그렇게 만드는 사이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스타그램에 '한강수영장' 검색 결과 관련 게시물. ⓒ인스타그램
한강 수영장의 '변신'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저렴한 입장료로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모이고, 야간 개장에 맞춰 DJ가 EDM을 틀어주는 순간 수영장은 물놀이장을 넘어 하나의 페스티벌 장소로 탈바꿈한다. 이용객들은 분위기에 취하고 행동도 변하게 마련이다. 공연장에서는 낯선 사람과 함께 뛰고, 야구장에서는 처음 본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부 이용객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동안 애초 목적에 맞춰 가족 놀이처를 찾은 더 많은 고객들은 옆으로 밀려나게 된다. 클럽에서는 서로의 동의를 전제로 한 적극적인 대화나 스킨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공원이나 버스, 지하철에서 이뤄진다면 불쾌감을 넘어 제재의 대상이 된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해도 한강 수영장이 클럽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강 수영장은 성인만 입장하는 장소가 아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어린아이들이 튜브를 끌고 뛰어다니는 가족을 위한 장소이다. 반면 대표적인 여름 페스티벌인 '워터밤'은 한정된 공간에 만 19세 이상 성인만 입장 가능하다. 한강 수영장에서 어린이들 앞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헌팅과 담배꽁초가 널브러진 풍경을 두고 '분위기에 취했다'고 웃어넘길 수는 없다. 그것은 축제를 즐기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다.
실제로 한강수영장 이용 요금은 어린이 3천 원, 청소년 4천 원, 성인 5천 원이며, 물놀이장은 어린이 1천 원, 청소년 2천 원, 성인 3천 원에 이용할 수 있다. 6세 미만은 무료이고, 1회 입장권으로 종료 시간까지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한강 수영장의 성공은 많은 시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도심에서 여름을 즐길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서울시 역시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흡연과 과도한 헌팅, 안전수칙 위반에 대한 관리와 계도,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용객 또한 이곳이 클럽이 아닌 공공 피서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여름 한강 수영장에는 EDM 아래의 헌팅이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시원한 여름밤이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