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을 계기로 'K-뷰티' 수출의 걸림돌로 꼽히던 현지의 관료주의적 통관·인허가 규제 완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브라질 법인 설립을 앞둔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가 정부의 외교적 지원사격에 힘입어 0.9%에 불과한 중남미 화장품 시장 침투율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브라질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던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사진)가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적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현지 시장 침투에 나선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브라질에 국빈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 화장품이 브라질 시장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통관 및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을 브라질 측에 요청했다.
◆ 외교 지원 등에 업은 실리콘투, 올해 안에 브라질 법인 설립한다
김성운 대표이사가 2002년 설립한 실리콘투는 기업 대 기업(B2B)을 핵심으로 기업 대 소비자(B2C) 사업까지 영위하는 K-뷰티 유통 플랫폼 기업이다. 한국·미국·유럽·중동·중남미에 현지 법인과 물류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1분기 기준 600여 개 브랜드와 1만7천여 개 상품(SKU)을 약 7천 곳의 해외 거래선에 공급하고 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2021년부터 4년 동안 연결기준 연평균 매출 성장률 70.9%를 기록하며 2025년 매출 약 1조1163억 원을 달성했다.
실리콘투는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중남미 지역의 사업 영역을 넓혀 추가 성장 여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6월부터 멕시코에 현지 법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법인은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전략적 거점이자 향후 중남미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핵심 전진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실리콘투는 2026년 안에 브라질 법인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 매출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실리콘투의 1분기 권역별 매출에서 중남미의 비중은 5.2%에 불과했다. 비중 1위는 유럽(46.7%), 2위는 북미(18.5%)였다.
실리콘투는 자사의 2025년 중남미 뷰티 시장 침투율을 0.9%로 제시했다. 침투율은 특정 서비스나 제품이 전체 잠재 시장에서 얼마나 사용 중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실리콘투가 아직 개척해야 할 영역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실리콘투가 침투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큰 수익이 기대된다. 브라질 뷰티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국가 기준 세계 3위의 화장품 시장이다. 보건산업통계(KHISS)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데이터를 인용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282억 달러(약 38조 원)로 미국(1087억 달러·약 148조 원), 중국(약 670억 달러·약 91조 원) 다음이었다. 2025년과 2026년에도 각각 10.4%, 9.6% 성장한 311억 달러(약 44조 원), 341억 달러(약 51조 원)를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유엔(UN)에 따르면 브라질은 2024년 기준 약 2억1200만 명의 많은 인구, 34.4세에 불과한 중위 연령 등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기 유리한 특성을 지녔다.
높은 한국 호감도로 K-뷰티를 받아들이는 데도 호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도 국가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응답자 중 88.6%가 한국의 전반적 이미지에 대해 '매우 긍정적', '다소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 김성운 대표도 직접 건의했다, 기업 차원에선 넘기 힘든 규제의 벽
그동안 브라질의 화장품 규제 환경은 K-뷰티의 현지 시장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화장품협회의 '브라질 수출시 주의사항(2024년 개정판)'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화장품 규정은 '메르코수르'의 규정과 일치한다. 메르코수르는 중남미의 경제 공동체로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이 정회원국으로 등록돼 있다. 브라질을 비롯한 회원국들은 메르코수르의 화장품 관련 권고안을 자국법으로 전환해 시행하기 때문에 이런 일치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이런 메르코수르의 화장품 규제 환경이 △사전 승인제 △스페인·포르투갈어가 공식 언어 △매우 관료주의적 △인허가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됨 등의 특징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기업 차원의 역량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차원 규제가 그동안 브라질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한 것이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역시 28일(현지시각)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 중 진행된 한국·브라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브라질 시장 진입 활성화를 위한 인증, 통상 환경 개선 등을 건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이번 외교적 지원사격은 K-뷰티 기업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실리콘투, 많이 다루는 만큼 많은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이번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실리콘투 같은 화장품 유통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화장품 브랜드의 현지 직접 진출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중남미에 직접 진출해 있는 국내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요청이 이뤄지면 직접 진출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며 "브라질을 넘어 남미 다른 국가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품 브랜드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직접 유통을 시도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1분기 기준 실리콘투의 매출 비중에서 각각 2위·7위·10위를 차지하는 조선미녀·라운드랩·스킨1004를 소유하고 있는 구다이글로벌은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에서 유통기업 한성USA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번 외교에 따른 수혜는 유통기업에게 가장 크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기업이 다루는 브랜드와 제품 수가 일반 화장품 기업보다 다양한 만큼, 통관 및 인허가에 쏟는 시간과 노력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은 3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반면 실리콘투는 600여 개 브랜드, 약 1만7천개의 SKU를 유통하고 있다.
화장품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브라질 시장은 매우 커서 한 유통업체가 모든 브랜드를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일은 인허가와 통관에 화장품 브랜드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유통업체에게 유리한 사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도 브랜드가 빠르게 바뀌는 K-뷰티 시장의 특성도 직접 진출 대신 실리콘투에 위탁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실리콘투의 2022년 매출 비중 상위 10개 브랜드 중 2025년에도 10위 안에 남아있던 브랜드는 단 2개뿐이었다. 빠른 변화라는 시장의 특성은 브랜드들이 직접 진출 고려 시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더 신중히 평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브랜드들을 알리기 위해 아직 기업들의 진출도가 높지 않은 브라질을 기반으로 중남미 시장을 공략해 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