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과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역 주민 반발이 줄을 잇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엄청난 양의 용수를 사용하기에 주민들은 물 사용 제한 조치 등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내세우면서 용수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뭄 피해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확실한 용수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6년 7월20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에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포항시=연합뉴스
28일 영국 언론매체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과도한 용수 이용을 원인으로 데이터센터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지역주민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 용수 사용에 관한 여론의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
가디언은 6월8일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실시간 추적하는 사이트 클린뷰와 미국 연방 정부 정보를 인용해 "건설 계획이 예정된 데이터센터 809개 가운데 517개가 지난 한 해 동안 가뭄을 겪었던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라며 보도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 수요로 인해 추가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라며 "데이터센터는 2023년에는 연간 약 170억 갤런(약 640억 리터)의 용수량을 썼지만, 2028년 연간 최대 730억 갤런(약 2760억 리터)의 용수를 쓸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의 여론은 빠르게 데이터센터에 관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정치 언론 폴리티코가 미국 전역의 성인 2061명을 대상으로 7월12~15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41%가 3마일(약 4.8km)이내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해 6개월 전보다 13%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해 6개월 전보다 13%포인트 감소했다.
이런 반대 여론 확산에는 데이터센터의 용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에서 5월13일 발표한 미국 전역 1000명의 성인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1%가 자신의 주거지 근처에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했다. 반대 원인으로는 용수 사용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가 18%에 이르러, 전기 사용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민들이 2026년 7월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일랜드에서도 주민들이 용수 사용을 이유로 데이터센터에 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일랜드에는 2026년 6월26일 기준 107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중으로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에서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인 나라로 꼽힌다.
아일랜드는 1년에 평균 199~273일 비가 내리고 평균 강수량은 대략 1288mm에 달해 세계 평균인 880mm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나 폭염과 데이터센터의 용수 사용으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일랜드의 수자원공사인 우시케에런은 지난 13일 주민들에게 계속되는 폭염으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물 사용 자제를 당부하고 호스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아일랜드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을 통해 정부가 일반 가정에만 금지령을 내리고 데이터센터 규제는 없다고 비판했다.
린 보일런 아일랜드 출신 유럽의회 의원은 "정부가 일반 시민에게는 호스 사용 자제령을 내리면서 데이터센터는 규제하지 않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클로니에 있는 페이스북 데이터센터 하나만 해도 연간 9억 리터가 넘는 물을 사용하는데, 일반 가정의 평균 연간 물 사용량은 12만5천 리터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역시 ‘용수 부족’ 지적 나온다
국내에서도 이상기후로 가뭄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 용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거점 조성을 약속했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냉각수로 물을 사용하고 나면 대부분 증발돼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기상청이 지난 3월26일 공동으로 발간한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강원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108년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부족에 고온으로 인한 증발량 증가까지 겹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 가뭄'도 늘고 있어 기상청은 지난 5월14일부터 '통합 기상가뭄 정보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가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절실한 용수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간 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가 5월13일 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 투자계획이 발표된 데이터센터 상위 10곳의 용수사용량은 하루 1억2천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64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일정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매년 물 사용효율 등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를 신설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5월7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데이터센터 진흥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에는 정부가 기업을 위해 용수를 지원하는 내용만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