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3년차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외형 확대를 이뤘지만 동시에 애플 의존도 탈피라는 과제 또한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을 앞세운 문 사장의 고객 다변화 노력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3년차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외형 확대를 이뤘지만 동시에 애플 의존도 탈피라는 과제 또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문 사장이 2025년 10월17일 대전 KAIST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리더십 특강을 진행하는 모습. ⓒLG이노텍
7월28일 증권업계 및 반도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이노텍이 올해 2분기 거둔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애플의 제품 출시 사이클과 판매 전략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부터 수주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AI 기판 사업이 문 사장의 다변화 전략을 증명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LG이노텍은 7월27일 2026년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5조5272억 원, 영업이익 2458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35% 상회하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상반기 매출은 11조621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10조 원을 돌파했다.
문 사장이 취임 3년차에 받아든 최고 성적표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문 사장의 경영 전략이 적중한 성과로 판단하기보다는 LG이노텍의 여전한 애플 의존도를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LG이노텍의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자 증권업계에서는 깜짝 실적의 배경으로 애플을 지목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 고객사(애플)의 MS(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상당 수준 효과를 거둔 것"이라며 "(애플의) 차별적 수요 흐름과 우호적 환율 여건에 대한 LG이노텍의 수혜가 기록적 2분기 실적으로 연결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광학솔루션 사업부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해 예년 계절성과 크게 달라졌다"며 "환율 영향과 주요 고객(애플) 물량이 예상치를 상회한 영향"이라고 짚었다. 애플의 신모델 출시 전략 변화가 LG이노텍의 분기 실적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수년째 1위 고객사 지위를 유지하며 LG이노텍의 물량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LG이노텍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80.6%인 4조4626억 원이 단일 고객(애플)으로부터 나왔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LG이노텍의 매출을 살펴보면 애플의 비중은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해왔다. 2016년 36.9%였던 애플의 비중은 2017년 53.6%로 1년 만에 절반을 넘어선 이후 2024년 80.5%를 기록하며 처음 80%를 넘었다. 2025년엔 애플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81.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도 모두 '단일 고객 의존도 심화'를 LG이노텍의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언급하며 매출 비중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NICE신용평가는 최근 등급 보고서에서 등급변동 검토요인으로 "단일 고객 의존도 완화"를 언급하며 "LG이노텍의 정량적 매출 규모는 이미 최고등급 기준을 상회하므로 높은 단일 고객 의존도 완화 같은 정성적 요인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LG이노텍의 등급을 가르는 것이 특정 고객에게 쏠린 사업구조라고 본 것이다.
물론 애플의 비중이 확대되는 10년간 LG이노텍의 매출 규모 또한 매년 확장된 만큼, 단일 고객과의 협력 관계가 LG이노텍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성장의 열쇠를 한 고객이 쥔 구조가 굳어질수록 스마트폰 시장 성숙과 공급망 재편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릴 위험도 함께 커진다. 문 사장으로서는 안정적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AI 등 신사업에 투자해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문 사장은 AI 시대를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반복해서 내비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자체 개발한 부품을 고객에게 낙찰받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사업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했다.
1월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도 "올해는 고수익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드러난다.
문 사장이 지목한 LG이노텍의 고수익 사업이란 반도체 기판을 포함한 패키지솔루션 사업을 뜻한다. 애플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이 LG이노텍의 전통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라면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부문이다.
실제 문 사장은 2030년까지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매출을 3조 원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매출 규모는 2025년 기준 1조7200억 원 수준이다. 5년간 매출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에서 AI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기판 제품은 AI 서버 등에 들어가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고성능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다. AI 사용량이 증가하며 FC-BGA 같은 대면적(대형) 기판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FC-BGA의 매출 비중이 연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며 AI 기판 매출이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가시적 규모를 차지하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AI 기판과 관련해 구체적 공급 계약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LG이노텍의 FC-BGA 매출은 2026년 1200억 원, 2028년 1조1천억 원, 2030년 2조3천억 원으로 전망되며 2030년 기판 사업에서 영업이익만 1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LG이노텍도 AI 기판의 매출 기여가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이노텍은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존 제품인 RF-SiP(통신용 기판), FC-CSP(모바일용 기판) 등 반도체 기판의 공급이 호조세를 보이며 매출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FC-BGA 역시 글로벌 고객을 향한 제품 공급이 늘어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광학솔루션 사업 등에서 거둔 성과를 유지하면서 AI 기판 등 신사업에 투자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