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번역가 최초로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어로 완역한 고전학자이자 번역가 에밀리 윌슨이, 자신의 번역본을 창작의 주요 참고 자료로 삼았다고 밝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비판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가운데)이 7월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AMC 링컨 스퀘어 극장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시사회에서 주연 배우 맷 데이먼(왼쪽), 앤 해서웨이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2017년 '오디세이아' 영어 번역본을 출간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고전학자 에밀리 윌슨은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전혀 없다"며 "심리적·감정적·정치적·윤리적 깊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윌슨은 2017년 영어권 최초의 여성 '오디세이아' 완역본을 출간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영어권 최초의 여성 '일리아스' 완역본도 펴내며 호메로스 번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인물이다. 놀란 감독은 매체를 통해 윌슨의 '오디세이아' 번역본을 영화의 핵심 창작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작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혀 왔다.
놀란 감독의 언급으로 윌슨 역시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의 문학 비평 저널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놀란 감독이 호메로스적 주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적 경지에 도달하고, 더욱 설득력 있는 인물을 창조해내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윌슨은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원작 서사시를 위대하게 만드는 많은 요소를 결여하고 있다"며 "심리적·감정적·정치적·윤리적 깊이가 부족할 뿐 아니라 가족과 적, 전우, 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 역시 설득력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윌슨은 영화가 지닌 문화적 파급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는 "'오디세이'의 개봉은 여전히 축하할 만한 일"이라며 "이 서사시는 관객들을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고 있으며, 나아가 일부 대학이 문학·언어·역사학과를 폐지하지 않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북미에서 선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은 6억3960만 달러(약 9352억 원)를 넘어섰다.
영화는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왕의 부재를 틈타 혼란에 빠진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 역을, 앤 해서웨이가 페넬로페 역을, 톰 홀랜드가 텔레마코스 역을 맡았으며,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 샤를리즈 테론, 루피타 뇽오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오디세이'는 오는 8월5일 국내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