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이 쏟아지고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전쟁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남겨진 생명들을 지켜야 한다.
레바논 남부에서 300마리가 넘는 개와 여러 동물을 돌보고 있는 후세인 함자는 그 책임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후세인 함자(Hussein Hamza)가 2026년 7월2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Nabatiyeh) 인근 크파루에(Kfaroue) 마을의 동물 보호소에서 낙타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이 낙타와 다른 반려동물들은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주인들이 피란을 떠나면서 남겨진 동물들이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레바논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하는 후세인 함자(57)를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후세인 함자가 살고 있는 레바논 남부는 또다시 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지난 3월2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새로운 충돌이 시작됐다.
많은 주민들이 대피하면서 수많은 동물이 거리에 남겨졌다. 언제 다시 폭격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불안 속에서도, 드론이 윙윙거리는 하늘 아래에서도 후세인 함자는 동물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레바논 남부 크파루에 ‘마샬라 보호소’를 설립해 유기·방치된 동물과 부상당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마샬라는 아랍어 표현으로 ‘신의 뜻’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처럼 그에게 이곳은 전쟁과 고통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내는 공간이다.
후세인 함자(Hussein Hamza)가 2026년 7월2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Nabatiyeh) 인근 크파루에(Kfaroue) 마을의 동물 보호소에서 다리를 잃은 개를 안고 있다. 이 개는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주인이 피란을 떠나면서 남겨졌다. ⓒAP/연합뉴스
현재 보호소에는 200마리가 넘는 개와 여러 마리의 말, 당나귀, 심지어 야생동물까지 머물고 있다. 그는 보호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마련하는 것은 물론, 동물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며 마샬라 보호소를 지켜왔다.
후세인이 동물을 지키는 삶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전쟁 중 한 마리의 개가 그의 목숨을 구해준 사건 때문이다.
어느 날 밤, 개 한마리가 집 밖에서 쉴 새 없이 짖어댔다. 이상함을 느낀 후세인이 밖으로 나가 확인하는 순간, 그가 자고 있던 방에 폭탄이 떨어졌다. 개의 경고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이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동물을 기리는 데 제 삶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2006년부터 이어온 그의 구조 활동은 전쟁과 경제 붕괴,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폭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후세인은 보호소를 떠나지 않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다친 동물들을 구조했다.
후세인은 2024년 10월2일 AP통신 인터뷰에서 “개들에게 먹이와 물을 줄 수 있는 한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에게는 책임감이 있다. 그들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