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맡는 사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한일 식품 합작법인(JV), 미래성장실까지 모두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이 함께 추진하는 미래 성장사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롯데그룹의 미래사업에는 일본 롯데그룹이 단순 투자자를 넘어 직접 투자와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그룹이 한·일 계열사의 결속을 다져왔다면, 신 부사장 체제에서는 일본 계열사가 롯데그룹의 공동 경영 주체로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한·일 식품 합작법인 등을 맡으며 미래 신사업과 경영 승계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다음달 19일 납입 예정인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일본 롯데홀딩스가 참여한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의 상업생산 준비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심 계열사가 공동 출자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이 공동으로 미래사업에 투자하는 ‘원롯데’ 구조가 바이오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이번 공동 투자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뿐 아니라 호텔롯데도 참여한다. 호텔롯데는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주요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일본 롯데그룹 측 회사다. 이번 증자에서는 일본 롯데의 지배회사와 영향력이 있는 계열사가 함께 참여한 것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신 부사장이 직접 맡은 사업에서 일본 롯데그룹의 주도적 참여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지원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한일 식품 합작법인(JV)까지 출범하면서 일본 롯데그룹의 역할이도 단순 투자자를 넘어 ‘경영의 공동 파트너’로 확대되고 있다.
두 사업은 모두 신 부사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대표 무대로 꼽힌다. 신 부사장은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로 신동빈 회장이 낙점한 미래 성장동력인 CDMO(위탁개발·위탁생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의 합작법인 출범을 주도하며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신 부사장이 롯데그룹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롯데그룹은 이들 사업에서 자금 지원과 사업 협력, 의사결정까지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 신 부사장의 경영 경력이 일본을 중심으로 축적된 데다 앞으로의 승계 과정에서도 일본 롯데그룹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서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한층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신 부사장은 일찍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경영 이력을 쌓아왔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일본 롯데그룹 영업본부장과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대표, 롯데파이낸셜 대표 등을 맡으며 핵심 사업을 이끌었다. 신 부사장은 그 뒤에도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와 부회장을 맡아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일본 내 영향력을 꾸준히 넓혀왔다.
여기에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일본 롯데그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 지분을 11.1% 보유한 2대 주주다. 향후 신 부사장의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는 호텔롯데가 우호 지분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이를 좌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협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신 부사장은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 13.7%를 증여받는 방식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감안하면 이를 전적으로 승계 기반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신 부사장이 지난해까지 꾸준히 롯데지주 지분을 매입했음에도 보유 지분이 여전히 0.03%에 머무는 점도 향후 호텔롯데를 비롯한 우호 지분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 부사장이 승계를 하는 시점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한·일 지배구조 정리도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면세사업 부진과 기업가치(PBR) 저평가, 롯데건설 지원 부담 등으로 상장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2016년 검찰 수사 여파로 상장이 무산된 뒤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상장 재추진이 번번이 미뤄지고 있다.
반면 경영 승계는 지배구조 개편과 반드시 같은 속도로 진행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1955년생으로 올해 만 71세로 접어든 가운데 신 부사장은 이미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사실상 후계자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경영권 이양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한·일 지배구조가 유지된 상태에서 신 부사장이 그룹 경영을 이끌게 되는 만큼, 일본 롯데그룹과의 협력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