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이 개헌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 문제"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를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개헌자문위)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의견을 모을 사안이라 떠넘겼다.
현행 헌법상 연임 조항은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없고,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거듭 부인해 온 것과 많이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식 의장은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로 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문제가 거론된다는 질문에 "지금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에는 시기상조 아닌가"라고 답했다.
조 의장은 이어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의 선택 문제"라며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합의해야 할 문제이고,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 이슈가 될 텐데 개헌자문위나 개헌특위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조 의장이 이 대통령에게 개정 헌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즉답하는 대신, 향후 개헌 논의에서 다룰 의제로 열어둔 셈이다.
현행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조항이 유지되는 한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더라도 개헌안 제안 당시 현직 대통령인 이 대통령은 연임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이 원칙을 직접 거론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중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쓰여 있다"며 "의심을 거둬달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자리에서 제128조 제2항까지 국민이 바꾼다면 개정 헌법을 따르는 것이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한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 당시 대통령이 개정 헌법에 따라 추가 혜택을 얻는 일을 국민이 쉽게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장의 이날 발언은 이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이론적 가능성을 다시 정치권 논의의 전면에 올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헌법 128조를 근거로 현직 대통령에게 연임제 개헌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의장의 전임자인 우원식 전 국회의장도 같은 달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중임이나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 개헌하더라도 당해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국민과 정치권의 선택에 맡긴 조 의장의 발언과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의 반발은 즉각 터져 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 의장의 발언을 "입법부 수장으로서 매우 잘못됐을 뿐 아니라 아주 경솔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결국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주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국민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헌법이 이미 결론 내려놓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의장에게 발언을 철회하고 개헌자문위와 개헌특위의 논의 대상에서 현직 대통령 임기 문제를 제외하겠다고 밝히라고 요구했다.
조 의장은 제헌절 경축사에서 밝힌 구상대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의장 직속 개헌자문위를 출범시켜 개헌 의제와 로드맵을 정리하고,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조 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까지 의견 수렴 대상으로 열어두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이 대통령의 권력 연장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