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명인 자살이나 일가족 사망처럼 사회적 관심이 크고 모방 위험이 높은 자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관리 강화에 나선다.
국화 자료사진 ⓒ픽사베이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미디어 온라인 분야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자살 관련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일부 콘텐츠가 모방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언론 보도부터 온라인 유통, 위험군 보호까지 전 과정의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우선 유명인·청소년 자살 등 모방 위험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자살 보도 준칙 위반 현황을 공개하는 등 자율심의 기능을 강화한다. 반복 위반 매체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 제재도 검토한다.
언론인과 콘텐츠 제작자를 대상으로 한 자살 보도 윤리 교육도 확대한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과 교육을 제공하고, 온라인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자살 유발 정보 확산을 차단할 계획이다.
다만 자살 보도 관리 강화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살 사건의 구조적 원인이나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보도까지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보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정보 확산은 줄이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자살 보도가 모방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 연구 결과가 있다. 2020년 의학저널 BMJ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유명인 자살 보도 이후 1~2개월 동안 자살률이 13% 증가했고,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경우 같은 방법을 통한 사망이 30% 증가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해외에서도 자살 보도는 예방 관점에서 관리되고 있다. 호주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 '마인드프레임(Mindframe)'을 통해 언론인과 콘텐츠 제작자에게 자살 보도 지침과 교육을 제공한다.
핵심은 자살 보도를 언론 윤리 차원이 아닌 공중보건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정부가 보도 내용을 직접 검열하기보다 언론계가 스스로 책임 있는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기준과 교육을 지원하고, 전통 언론뿐 아니라 온라인 영상과 SNS 콘텐츠까지 대응 범위를 넓혔다.
뉴질랜드는 법적 장치를 통해 자살 관련 세부 정보 관리에 나서고 있다. '검시법(Coroners Act 2006)'에 따라 검시관은 자살 사건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때 모방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사망 방법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언론 보도를 직접 통제하기보다,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단계에서 불필요한 세부 내용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언론 보도의 자유에는 보도의 영향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특히 죽음을 다루는 보도는 사실 전달을 넘어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