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피습 자작극'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를 공천한 개혁신당도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 전 후보는 피습 자작극에 그치지 않고 부친이 운영하는 병원의 허위 진단서 발급 의혹, 부친 소유 계열사 직원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까지 '선거 비리의 백화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개혁신당 부산 지역당 운영 실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그를 공천한 개혁신당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피습 자작극 의혹을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8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치권 움직임과 경찰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정 전 후보 사건은 이미 후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지인, 개혁신당 지역 조직 운영 의혹으로 확산돼 있다.
앞서 법원은 8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정 전 후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정 전 후보는 결국 구속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의 38번째 생일이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올해 2월 정 전 후보의 부산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이번에야말로 부산을 정말 싹 바꿀 기회"라며 공개 지원에 나섰다. 바로 다음 달인 3월 정 전 후보는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정 전 후보는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맡게 됐다. 인구 300만 명이 넘는, 그것도 한국 보수 정치에서 상징성이 큰 지역의 선거 조직을 정 전 후보에게 맡긴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지원은 계속 이어졌다. 이 대표는 3월26일 개혁신당 부산시당 당원간담회에서 "부산은 역대 시장 두 분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아픔이 있기 때문에 시장 후보는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하고, 부산을 해양 수도로 거듭나게 하려면 젊은 리더여야 한다"며 "두 조건을 모두 갖춘 정이한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도덕적 흠결 없는 젊은 리더'로 내세웠던 후보는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피습 자작극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의 피습 사건은 4월27일 벌어졌다. 정 전 후보는 부산 금정구 인근에서 유세 도중 차량 운전자가 던진 음료수 컵에 맞아 쓰러졌다고 주장했고, 병원에서 뇌진탕과 근좌상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건 이틀 뒤 그는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선거운동에 복귀했고, 가해자를 직접 면회한 뒤 선처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개혁신당은 당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명백한 폭력 행위이자 사실상의 테러"라고 규탄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가해자가 음료수 컵을 던진 일을 두고 "어린 놈이 무슨 시장이냐 했다는데 부산은 어느 때보다 젊음이 필요하다"면서 정 전 후보를 응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와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4월29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의 문제는 정 전 후보에 그치지 않았다. 개혁신당 부산시당은 6·3 지방선거에서 정 전 후보의 부친이 운영하는 ㅇ병원 간호과장 정선애씨를 부산시의회 비례대표 1번에 배치했다. 정 전 후보 캠프 선임대변인이었던 서진석씨도 선거 이후 온병원에 출근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개혁신당 부산 구의원 공천자 7명 가운데 다수가 정근 원장이 대표인 한 봉사단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혁신당 부산시당이 정 전 후보의 '사당'이 됐다는 의혹도 짙어졌다.
정 전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자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정 전 후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공개하고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중대한 선거범죄"라며 "개혁신당이 공천한 후보인 만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개혁신당이 공천 실패에 대한 당의 책임보다 정 전 후보 개인의 일탈로 당이 피해를 봤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정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인데, 개혁신당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 주장한 셈이다.
정 전 후보 사건은 청년정치에 가장 큰 먹칠을 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됐다. 그런 후보를 공천하고 부산 지역 선거 조직을 사실상 통째로 맡긴 정당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개혁신당은 2011년 당시 26세에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 대표가 만든 정당이다. 창당 이후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를 앞세워왔다. 하지만 젊은 보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선거비리 사범'을 낳았다는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