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사용해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배재고 야구부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가 혐오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7월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 36명의 경위서에는 다수의 학생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등의 발언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표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학생들은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한 발언이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경위서에 이렇게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를 비하하고자 하는 마음은 절대로 없었다. 문득 광주 스타벅스 논란이 생각나 그런 파이팅을 하게 됐다"
"5·18과 관련이 있는지 몰랐고, 스타벅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반면 일부 학생은 해당 응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응원석에 있던 한 학생은 "5·18 광주와 관련된 표현이라고 들어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고, 또 다른 학생도 "이건 아닌 것 같아 '하지 마'라고 말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기 중 상대 투수를 향한 조롱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양 팀 간 갈등이 더욱 커졌다는 진술도 경위서에 포함됐다.
이와 같은 해명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말 몰랐다면 왜 하필 광주일고를 상대로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느냐", "변명치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맥락상 납득하기 어렵다", "거짓말하지 말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배재고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6개월 출전정지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한편 경위서 내용으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5·18 유족과 광주일고 측은 배재고 측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보렸다.
5·18민주화운동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배재고 학생들이 보여준 진심 어린 성찰과 변화의 의지를 충분히 헤아려 제54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현명하고 따뜻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배재고 학생들이 보여준 진심 어린 성찰과 반성의 태도를 깊이 지켜봤다"며 "과거의 잘못을 직시하고 바로잡으려는 용기는 역사를 과거에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주일고 역시 배재고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학생들의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을 고려해 협회에 선처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