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두 딸을 차에 태운 채 만취 상태로 시속 178㎞의 과속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뒤 현장을 벗어난 뺑소니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과 도주 행위뿐 아니라 자녀들을 극도의 위험에 노출한 점까지 무겁게 판단했다.
두 딸을 태운 채 만취 상태로 과속 중인 여성. AI 이미지.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형사3단독(임휘재 부장판사)은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사고 후 미조치), 음주운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1월4일 오후 9시20분쯤 충남 홍성군 홍북읍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11%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운전자 B씨(20대)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제한속도 시속 60㎞ 구간에서 시속 178㎞까지 속도를 높였다.
심지어 사고 당시 차량에는 6세와 4세의 어린 두 딸도 함께 타고 있었다. 검찰은 면허 취소 기준을 크게 웃도는 만취 상태에서 난폭 운전을 이어가며 자녀들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더욱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B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으로, 퇴근 후 귀가하던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고 직후 A씨는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구조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채 현장을 벗어났고, 피해자와 사고 목격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니냐", "내 새끼들이 놀랐다"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까지 쏟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만취 상태여서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도주할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피고인은 목격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사고 발생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하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고, 이를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추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만취 상태에서 난폭 운전을 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태도까지 보인 만큼 죄질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자녀를 보호해야 할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채 만취 상태로 과속 운전을 감행해 어린 자녀들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했고, 이 과정에서 자녀들의 정신건강과 발달에도 상당한 해를 끼쳤다"며 "아동학대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