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노동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앤디 버넘 그레이터멘체스터 시장이 최근 영국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스타머 총리의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언론들은 스타머 총리가 오랜 버티기 끝에 사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측근들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노동당 내부 후계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영국 정치권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가 이르면 이날 자진 사퇴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영국은 8시간의 차이가 나는 만큼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후 입장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에 이은 보궐선거 악재, 버티기 한계에 몰린 스타머 총리
스타머 총리의 사임 압박이 높아진 결정적 계기는 6월18일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메이커필드 선거구에서 치러진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 노동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버넘 시장이 당선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버넘 시장은 전체 유효 투표의 54.8%를 얻어 극우진영 리폼UK(영국개혁당)의 로버트 케니언 후보(34.5%)를 꺾고 당선됐다. 버넘 시장은 케니언 후보를 약 9천 표 넘게 따돌리면서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매체 리버풀 에코에 따르면 이 같은 수치는 2024년 총선 당시 같은 선거구에서 나온 격차(약 5천 표)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해진다.
극우진영 리폼UK가 총력을 다한 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가 오히려 격차를 벌렸다는 점은 '스타머 총리 대신 버넘 시장이라면 극우의 물결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노동당 안에서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2026년 5월7일 지방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이 선거에서 극우성향의 리폼UK는 선거전 지방의회 2석에 불과했으나 약 1450석을 올해 지방선거에서 얻으면서 약진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노동당은 보유의석의 절반이 넘는 약 1490석을 잃었다.
이번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노동당 유력당권 주자인 버넘 시장이 당선되면서 스타머 총리의 자리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노동당 후계구도 : 버넘 vs 스트리팅
앤디 버넘 그레이터멘체스터 시장. ⓒ AP통신=연합뉴스
노동당의 후계 레이스는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버넘 시장이 노동당 의원들의 압도적 추천으로 경선 없이 총리 자리를 넘겨받는 시나리오와 정식 당대표 경선이 열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노동당원 선호도 조사에서는 버넘 시장이 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웨스 스트리팅 전 영국 보건장관은 81명의 노동당 하원의원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당권 도전을 선언했고, 앙겔라 레이너 전 영국 부총리,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장관, 루시 파월 하원 부의장 등도 잠재 당권후보로 거론된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버넘 시장이 이민 제한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노동자 계층 친화적 경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서 극우진영 리폼UK에 빼앗긴 표심을 되찾을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우진영 리폼UK, 외연 확장 기회를 노린다 : 영국 조기 총선 가능성
키어 스타머 총리의 퇴진 가능성은 단순히 노동당 내의 지도부교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리폼UK를 이끄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올해 지방선거 직후 "이번 선거는 노동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다"며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지방의회 석권에 이어 만약 리폼UK가 조기총선에서 돌풍을 재현한다면 영국의 정치·경제 노선이 대대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조기 총선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노동당이 내부 후계자를 내세워 정권을 유지한다면, 다음 총선은 법정 기한인 2029년까지 치르지 않아도 된다.
버넘 시장이 노동당 대표와 총리직에 올라 이민과 경제노선을 일부 수정해 극우진영 리폼UK의 확장세를 차단할 수 있을지가 향후 영국정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