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이스라엘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빗대어 비판하자, 이스라엘 외교장관이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미국 이란 전쟁 과정에서 국제법 위반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심지어 동맹국 미국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해 험악한 말이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UPI=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기데온 사아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최근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멕시코 방문 중 이스라엘을 과거 남아공의 인종차별적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비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칼라스 대표가 세계 유일의 유대 국가를 향해 퍼부은 피의 중상모략(반유대주의적 모함)을 철회할 때까지 모든 접촉을 단절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사아르 장관이 언급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1948년부터 1994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행된 인종분리 정책이다. 이 제도는 인종을 법적으로 구분해 거주·교육·이동·혼인·고용 등을 강제로 분리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대표적인 인종차별 체제로 비판받았다.
칼라스 대표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우와 정착촌 확대 정책, 차별적 처우 등이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이와 같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을 방문한 경험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당시 경험이 이번 비유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아르 장관의 관계 단절 선언에 대해 칼라스 대표는 엑스에 "유럽연합은 언제나 이스라엘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불법적인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이를 규탄한다"고 되받아쳤다.
이스라엘에 점령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브론 남부 리파이야 마을에서 이스라엘 당국이 허가 없이 지어졌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을 철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사아르 장관은 다시 엑스를 통해 "만약 당신이 정말로 그러한 악의적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면 책임을 지거나, 그렇지 않다면 공개적으로 부인하라"고 반박했다. 다만 칼라스 대표는 이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중동 전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국제법 위반 논란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외교적·정치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 문제 외에도 2005년 이후 이어진 가자지구 봉쇄 정책이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자의 공급을 제한해 대규모 인도주의적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해 왔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난 5월 이를 돕기 위해 가자지구로 향한 한국인을 포함한 지구촌 구호활동가를 나포해 폭행 및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에 터키·스페인·요르단·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10개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해당 행위를 '국제법 및 국제인도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이스라엘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침공 이후 미국과 이란이 지난 14일 전쟁 종식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가 우리를 구속하지는 않는다"며 "이스라엘은 미국에 종속된 국가가 아니다"라며 전쟁 지속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예비 평화협정을 비판하는 이스라엘 내각을 향해 "유일한 강력한 동맹국을 공격하지 말라"며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