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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의 한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발견돼 강력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사람의 다리가 사실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여성 환자의 괴사한 신체 일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듯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환자의 의료 이용 현실은 한국 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준다.

인천 다리 절단 사건이 '의외의 결말'로 막을 내리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려줬다 : 받아주는 병원 없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노파. AI로 제작한 이미지.

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가 "발견된 다리가 우리 병원에서 배출된 것일 수 있다"는 취지로 신고하면서 일주일 넘게 미궁에 빠져 있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은 절단된 신체가 발견된 만큼 강력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다리가 절단될 경우 대량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체 주인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다리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여성 환자의 괴사한 다리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혈액 순환이 끊겨 괴사한 환자의 다리를 절단한 뒤 의료폐기물 처리 규정에 따라 폐기 용기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후 폐기 과정에서 발생했다. 청소 직원이 이를 석고붕대 폐기물로 오인해 잘못 처리했고, 결국 생활폐기물 처리 과정에 섞여 외부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측은 "괴사가 심해 다량의 고름이 차 있었고 신경 역시 모두 손상돼 마취가 필요 없는 상태였다"며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돼 있었고, 뒷부분 일부만 가위로 절단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절단된 다리 자체보다 해당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과정이다.

조사에 따르면 환자는 앞서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더 이상의 적극적 치료가 어렵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퇴원했다. 이후 여러 의료기관에 입원을 문의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요양병원 입원을 요청한 끝에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 설명만 보더라도 당시 환자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해당 요양병원이 환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상태는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언제 퇴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택 치료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기관을 찾지 못한 기간 동안 건강 상태가 추가로 악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천 다리 절단 사건이 '의외의 결말'로 막을 내리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려줬다 : 받아주는 병원 없었다
신체 일분가 발견 된 인천 남부권 생활자원회수센터. ⓒ연합뉴스

물론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병원 측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원은 절단된 신체 조직을 밀폐 포장했지만 법적으로 의무화된 '의료폐기물' 표시를 하지 않았고, 폐기물 담당자에게도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절단된 인체 조직은 '조직물류폐기물'로 분류돼 전용 용기에 격리 보관해야 하며, 의료폐기물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을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의 폐기물 관리 부실이 빚어낸 사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경찰은 수술실이 없는 요양병원 병실에서 이 같은 절단 조치가 이뤄진 과정이 의료법상 적절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절단 수술은 감염 관리와 응급 대응이 가능한 시설에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개별 병원의 과실 여부를 넘어선다. 이번 사례가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해당 환자는 의료 현장에서 흔히 급성기 치료 이후 추가적인 처치와 관리가 필요한 환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기관을 찾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칙적으로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는 재활과 회복을 담당하는 아급성기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 급성기는 질병이나 손상이 발생한 직후의 응급·중증 상태를 의미하며, 아급성기는 급성기를 벗어났지만 아직 안정되지 않아 지속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한 단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급성기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응급 치료 단계라면, 아급성기는 회복과 재활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안정화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국내 의료체계에 이른바 '아급성기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운영 중인 재활의료기관은 전국 71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제도적으로는 급성기 치료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아급성기 치료에 대한 보상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재활병원이 아급성기 환자를치료할 경우 급여 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결국 서류상으로는 의료전달체계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아급성기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이유다.

인천 다리 절단 사건이 '의외의 결말'로 막을 내리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려줬다 : 받아주는 병원 없었다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급성기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24 국가응급의료통계 요약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대 급성기 중증응급환자의 적정 시간 내 입원 치료기관 도착률은 50.6%에 그쳤다. 응급환자 두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만 적절한 시간 안에 치료기관에 도착했다는 의미다.

병원 내 사망률 역시 2022년 7.7%, 2023년 7.5%에서 2024년 7.9%로 상승했다. 이는 중증환자가 적정 의료기관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응급의료체계의 연계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치료 지연 문제도 여전하다. 2024년 기준 3대 중증응급환자가 발병 후 입원 치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89.5분으로 집계됐다. 발병 후 응급실 도착까지 평균 268.5분, 응급실 도착 후 실제 치료가 시작되기까지 다시 221.1분이 소요됐다.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골든타임 확보가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질환의 특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긴 시간이다.

의료 인력의 쏠림 현상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비인후과 등 이른바 인기 진료과의 전공의 모집 인원은 2023년 6명에서 2024년 361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응급의학과와 외상외과, 재활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여전히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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