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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일찌감치 미국 현지에 구축해 둔 조선 인프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 의원들이 최근 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고 자국 내 직접 투자를 요구하는 자국우선주의 기조의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2년 전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시작으로 50억 달러(약 6조9500억 원)의 대규모 투자와 오스탈 지분 확보까지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굳게 닫힌 미국 함정 건조 시장의 빗장을 열어가고 있다.

한화그룹 김동관의 혜안과 뚝심 : 필리조선소 인수 후 2년 승부수가 '이기적 미국' 예측한 듯 빛을 내기 시작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구축한 미국 조선 인프라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 속에 주목받고 있다. ⓒ한화솔루션

6월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 투자 없이는 미국 함정 건조도 없다'는 논지의 법안이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해 의회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김 부회장에게 이번 법안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예전부터 미국 현지에 착실히 조선 인프라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 김 부회장이 일찌감치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가 빛을 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미국에 제안(2025년 7월)하기 1년가량 앞선 2024년 6월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결정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최종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금액은 1억 달러(약 1380억 원)였으며 지분은 한화시스템이 60%, 한화오션이 40%로 나눠 가졌다.

이번 법안으로 미 의회의 자국우선주의 기조를 확인한 증권사들은 한화필리조선소에 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9일 이번 NDAA 수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결국 미국 조선업 부활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향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으며 한화필리조선소 모델이 미국이 바라는 방향성이다"고 설명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6월11일 한화시스템 분석 보고서에서 "그동안 군함 해외건조를 타진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며 "이에 현행 존스법(미국 연안 항로 운행 선박의 자국 건조 의무) 체제에서 미국 내 건조 자격을 갖춘 한화필리조선소의 희소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 현지 직접 투자 없이는 미국 함정 건조도 없다

김 부회장이 인수를 결정했던 한화필리조선소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군사위원회에서 자국우선주의 기조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미 해군 전투함의 해외 건조를 막는 내용이 들어간 2027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NDAA 수정안을 6월4일(현지시각) 의결했다. NDAA는 미국 국방부 예산의 규모와 정책 방향을 정하는 연례 법안이며 전투함의 범주에는 직접적으로 지원 임무에 기여하는 미 해군 함정도 포함된다.

해당 내용을 발의한 재러드 골든 민주당 하원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 해군은 조선업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며 "국방 예산은 미국의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전원(30명)과 민주당 의원 과반(27명 가운데 14명)의 초당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상원 군사위원회 역시 비슷한 기조를 보인 것이 미국 해군 연구소 뉴스(USNI News)의 6월16일(현지시각) 보도에서 확인됐다.

상원 군사위원회는 2027회계연도 NDAA 수정안에서 대통령이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예외적으로 외국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권한을 삭제했다.

다만 동맹국 조선소로부터 보조함인 대량 연료 운반선과 전략 해상 수송선을 최대 2척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국내 조선소를 통한 미국 군함 건조의 길이 열렸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보도에서 상원 공화당 관계자는 "해외에서 최대 2척을 건조하는 것은 후속 함정 건조를 위한 미국 조선소로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와 '동시에(Concurrent)'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에만 미국 함정 건조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상·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제 각각 본회의에서 심의된다. 이후 양원 조정 절차를 거쳐 최종안으로 확정되고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공식 발효된다.

◆ 김동관은 투자했고 트럼프는 화답했다

김 부회장은 인수에만 머무르지 않고 추가 투자를 단행해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를 통해 미 의회의 '해외 군함 건조 금지' 압박을 오히려 무기 삼아 미국 함정 건조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위치를 점하게 됐다.

김 부회장은 2025년 8월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6조9500억 원) 투자를 발표하며 당시 연간 1~1.5척 수준이었던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국내 조선 업체들이 미국 조선 시장 진출에 보수적이었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한화를 제외한 국내 조선 기업들은 국내 조선소를 통한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노리거나 미국 현지 조선소를 보유한 기업과 협약을 맺는 방식을 주로 채택해왔다.

김 부회장의 결단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0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본인의 계정을 통해 "한국이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해군 함정 건조 계획 발표 자리에서 "지난주 미 해군은 완전히 새로운 호위함을 발표했다"며 "그리고 해군은 최근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한화라는 훌륭한 기업과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의 한화시스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6월11일 기준 16척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1분기 가동률은 93.1%를 기록했다. 기업별 가동률 계산 방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국내 조선 대형 3사로 평가받는 HD현대중공업 조선 부문(99.4%), 삼성중공업 조선 부문(98.9%), 한화오션(98.4%)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3월에는 한화의 미국 방산 부문을 맡고 있는 한화디펜스USA와 손잡고 미국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한국 기업이 마스가 프로젝트 출범 이후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해군 함정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화필리조선소의 건조능력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는 한화그룹에 문의했으나 대답을 받지 못했다.

◆ 김 부회장은 한화필리조선소와 오스탈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필리조선소와 시너지를 기대하며 미국 내 추가 조선소 확보에도 힘써왔다.

김 부회장은 2025년 3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출자한 합작 법인을 통해 호주 조선·방산 업체 오스탈의 지분 9.9%를 인수했다. 이후 2025년 12월 지분율을 19.9%까지 높이고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됐다.

오스탈은 호주 기업이지만 미국 앨라배마주, 캘리포니아주에 보유한 조선소를 통해 미 해군과 해안 경비대 등을 상대로 함정 건조와 MRO를 수행하고 있다. 오스탈 미국 법인의 수주잔고는 2025년 6월 기준 13억1천만 호주달러(약 1조1636억 원)였다.

김 부회장은 2025년 5월 존 펠란 당시 미국 해군성 장관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만난 자리에서 "한화오션은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미 해군 MRO 사업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미 해군의 전략적 수요에 맞춰 건조 체계를 완비하고 미국 내 여러 조선소를 확보해 극대화한 시너지로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 역시 2026년 1월 조선업 분석 보고서에서 "한화그룹은 한화필리조선소와 오스탈 미국 법인을 통해 함정 수주 및 하도급 발주 형태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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