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방송 토론회에서 거짓말 탐지기까지 꺼내 들었던 정이한(37)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피습 자작극’ 의혹으로 거짓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모두 삭제한 뒤 돌연 탈당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왼쪽)와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4월29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유세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이한 후보는 전날 시민이 던진 음료수를 피하다 다쳐 석고붕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후보는 지난 4월27일 부산 금정구 구서 나들목 인근에서 유세하던 중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던진 음료에 맞는 '정치 테러'를 당했다. 당시 정 전 후보는 음료를 피하려다 넘어져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뇌진탕과 근좌상 진단을 받았다고 캠프 쪽은 밝혔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4월27일 음료수 투척 공격을 당했다며 캠프 쪽은 언론에 사진을 공개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캠프
개혁신당은 4월27일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사실상의 테러"라고 규정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용기 있게 도전한 후보자들에게 응원하진 않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테러'를 하는 것은 굉장히 미성숙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현장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3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으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정 전 후보는 사건 이틀 뒤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현재 경찰은 정 전 후보와 당시 음료를 투척한 A씨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정 전 후보와 A씨 등 2명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사전에 모의해 피습을 연출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준석 "참담한 심정, 무한한 책임감 느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의혹과 관련한 사과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참담하고 무거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며 "개혁신당이 공천한 후보였기에, 저희는 이 사안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사기관이 공개하고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중대한 선거범죄"라며 "유권자의 신뢰를 악용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 자체를 훼손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혁신당은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모든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동시에 당 자체의 진상조사단을 가동하여, 드러나는 사실관계에 따라 정이한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부산 시민 여러분, 그리고 선의로 개혁신당을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 "개혁신당 지방선거 공천에 책임이 있는 공관위원장으로서 기습탈당, 연락두절 등 극도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이한 전 후보의 논란과 행태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정이한 전 후보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당의 단죄와 엄책을 회피하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하여 기습적으로 탈당계를 제출했다"며 "정당법상 탈당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한 비겁한 '꼼수 탈당'"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개혁신당의 강경 대응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천 검증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사 참사, 검증 실패 아니냐"며 "개혁신당에 왜 이런 어그로꾼들이 모이는지, 그런 사람을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이 만약 민주진보 진영에서 벌어졌다면 개혁신당이 어떤 큰소리를 냈을지 뻔하다"고 말했다.
정이한은 누구인가?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21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 일대에서 열린 합동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캠프
정이한 전 후보는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인물로, 원내정당 소속의 ‘30대 청년 후보’를 내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정이한 전 후보는 방송사 주최 토론 대상에서 제외되자 단식투쟁을 벌였고, 이후 토론회 참석 기회를 얻기도 했다. 정 전 후보는 5월26일 부산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부산시장 선거 후보자 마지막 TV토론회에서 "헌정 역사상 원내정당 최초의 30대 부산시장 후보"라며 "나이가 젊은 만큼 큰 책임감이 밀려오는 가운데 정말 부산을 위해 헌신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5월26일 KBS 부산총국에서 부산시장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정이한 전 후보가 거짓말탐지기를 꺼냈다. ⓒKBS
특히 정 전 후보는 토론 도중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거짓말 탐지기를 꺼내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전 후보는 "제가 직접 사비를 들여서 미국에서 공수를 해왔다"며 "전재수 후보님께서 부산 시민들 앞에 시정을 일굴 수 있는, 330만의 시장이라면 정말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서 본인에 대한 의혹을 떨칠 수 있는 의향이 있으신지 좀 여쭙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