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한국 시장 확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외산 AI(인공지능) 종속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왼쪽)와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앤트로픽
18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앤트로픽이 서울 오피스를 공식 개소하며 강조한 핵심 성과는 네이버, 넥슨, LG CNS, 삼성 SDS, 한화솔루션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클로드 전사 도입이었다.
네이버(대표 최수연)와 넥슨은 전체 개발자 조직에 '클로드 코드'를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LG CNS와 한화솔루션, 삼성 SDS는 최대 수천 명의 임직원에게 클로드를 업무에 적극 도입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가 2027년까지 5300억 원을 투입해 기술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추진 방향과 대치되는 모습이다. 기업의 현실적 선택과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 정책 간의 괴리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국내 AI 산업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네이버다. 네이버는 올해 1월 정부의 독파모 1차 평가에서 오픈소스 가중치 사용 문제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네이버는 엔지니어링 조직에 '클로드 코드'를 대규모로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네이버와의 계약은 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업이 핵심 개발 인프라를 외산 플랫폼에 대대적으로 의존하게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벤더 락인(종속) 현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독자적 기술 자산 축적과 AI 내재화 동력을 저하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앤트로픽 경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대비 클로드 전체 사용량은 116개국 가운데 12위를 기록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4월 국내 월간 사용자 수는 2025년 같은 기간보다 1148% 증가한 241만 명에 달했다. 이는 국내 시장의 높은 수요를 증명하는 동시에 외산 플랫폼에 대한 종속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 최신 모델과 관련한 수출 통제를 시사하면서 KISA,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은 접근권을 확보하고도 실제 서비스 이용이 불확실해진 상황에 처했다. 핵심 업무망을 외산 인프라에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드러난 사례다.
내부 데이터 유출 리스크, 서비스 단가 변동에 따른 재무적 부담, 모델 정책에 대한 통제권 부재 또한 향후 이사회 차원에서 중대하게 대응해야 할 잠재 위험 요소다.
전문가들은 외산 플랫폼의 맹목적 도입을 경계하며 실용적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피력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경쟁 가능한 핵심 기술스택에 자원을 집중해 AI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며 "완전한 자립 생태계라는 이상적 목표보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종속과 최대한의 경쟁력'이 더 타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