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작품 속 국가 소속 징벌기관인 '교권국'의 현실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드라마 화제성을 넘어, 교권 회복과 학생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는 오래된 교육 현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왼쪽), 넷플릭스 '참교육' 속 배우 김무열. ⓒ연합뉴스, 넷플릭스
안 교육감 당선인 측은 오는 25일 국회에서 '경기형 교권보호국' 신설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조직의 명칭과 권한, 학교 현장 투입 기준, 학생 인권 보호 장치, 학부모 민원 대응 방식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안 교육감 당선인 역시 "드라마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다"며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작품의 흥행과 별개로 교권국 구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반대 측은 교권 회복이라는 명분이 자칫 학생에 대한 위압과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부모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성명을 통해 "공교육의 위기를 드라마 '참교육'식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하며, 교육의 본질은 응징이 아닌 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체벌이나 강압적 훈육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논란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안 교육감 당선인의 발언이었다. 그는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교사들 가운데 특수부대·해병대·공수부대 출신이 많다"며 "20~30명 정도를 위기에 처한 학교나 문제 학생이 있는 학교에 투입해 계도와 훈계를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다른 편에서는 군사적 통제와 물리력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계 내부의 반응도 엇갈렸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교권보호국 신설 주장에 대해 "파시즘적인 정책"이라며 "교권보호국을 만들 수는 있지만 드라마 속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지역의 한 중등학교 교장 역시 "외부 감독관이 투입된 학교의 교사들은 무엇이 되느냐"며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교사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안 교육감 당선인의 교권국이라는 발상 자체를 비현실적인 상상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해외에서도 학교 운영을 감독하고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기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교육감독기구인 Ofsted(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다.
Ofsted는 중앙정부와 학교 현장 사이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국가 차원의 교육 감독기관으로, 국왕이 임명하는 수석 감시관(His Majesty's Chief Inspector)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감독 대상은 유치원과 보육시설, 초·중·고교, 일부 사립학교, 교사양성기관, 직업교육기관, 지방교육청 등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관에 걸쳐 있다. 정기적인 현장 평가와 결과 공개를 통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 운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 역할로 한다.
감독 범위 역시 학업 성취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 안전과 복지, 교직원 관리, 수업의 질, 학교 경영, 리더십, 교육 환경 등 학교 운영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학교의 평판과 학생 모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낮은 평가를 받은 학교는 정부의 집중 관리나 구조 개선 조치를 받기도 한다.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Ofsted와 '교권국'의 차이점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드라마처럼 물리력이나 응징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제 학생을 직접 제압하거나 학교 질서를 강제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와 감시, 제도적 책임 부과를 통해 변화를 유도한다. 교사 보호와 학생 권리 보장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그 수단은 물리적 개입이 아닌 행정적·제도적 통제에 가깝다.
물론 Ofsted 역시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영국 교육계에서는 강도 높은 평가가 학교와 교사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준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평가 결과가 학교의 평판과 운영에 직결되다 보니 교육의 본질보다 평가 대응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0년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교사협의회(General Teaching Council for England) 전 위원인 톰 트러스트는 '방문 기간 동안 학교들은 Ofsted의 눈을 속이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평가 중심 행정의 한계를 지적했다. 교육 저술가 수 코울리 역시 일부 학교가 평가 기간 동안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일시적으로 귀가시켰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강력한 학교 감독기구가 존재한다고 해서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를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긴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안 교육감 당선인이 던진 교권국 논의의 핵심은 드라마를 현실로 옮기자는 데 있지 않다고 본다. 반복되는 교권 침해와 무너진 학교 질서, 과도한 민원과 갈등 속에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문제의식에 있다.
오랫동안 학생 인권 보호에 무게를 두어 온 한국 교육은 이제 교권 보호와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이는 안 교육감 당선인이 내놓은 해법과 별개의 문제다. 학생 인권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교사들의 사기도 함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