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플랫폼 사업 모델 전반에 대한 재검토 압박이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소비자 할인 확대와 업주 지원 등을 담은 상생안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기존에 운영하던 무료배달·프로모션 성격의 정책을 재포장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동의의결 무산으로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플랫폼 규제 논의까지 재점화되면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달의민족의 기업가치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두 차례에 걸친 전원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이 신청한 3천억 원 규모의 상생방안에 관한 동의의결 절차를 최종 기각했다. ⓒ뉴스1
◆ 과징금보다 무서운 ‘규제 리스크’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1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이 신청한 3천억 원 규모의 상생방안에 관한 동의의결 절차를 최종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본안 심사를 거쳐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배달의민족은 앞선 지난달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동의의결 신청서를 제출하며 자진 시정 의사를 공식화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되면 해당 절차는 종료되고, 사건은 과징금 산정과 제재 수위 결정 등 정식 심의 절차로 넘어간다.
배달의민족은 동의의결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신청이 최종 기각되면서 이제는 과징금 규모와 제재 수위를 둘러싼 정식 심의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과징금 규모는 향후 심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공정위는 관련 3개 사건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2390억~51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과징금 규모 자체보다 향후 사업 모델에 미칠 영향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우아한형제들 몸값은 8조 원 안팎으로, 예상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 원 수준이더라도 거래 자체를 뒤흔들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정위가 ‘최혜대우’ 요구 관행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만큼, 앞으로도 유사한 거래 관행이 추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인수 후보자들이 면밀히 살펴볼 부분으로 꼽힌다. 일회성 과징금보다 사업 구조 전반의 규제 리스크가 장기적 기업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백브리핑에 따르면 심사관은 전원회의에서 이번 사안이 다수의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 중대한 경쟁법 위반 혐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혜대우' 요구 관행이 시장 경쟁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적지 않고 영향 범위도 광범위한 만큼, 동의의결을 통해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플랫폼업계에서는 단순히 과징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사업 전략과 수익 모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공정위가 플랫폼 수수료 정책과 입점업체 관리 방식, 알고리즘 운영 등 플랫폼 사업 전반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3천억 상생안, 왜 공정위는 외면했나
이번 동의의결 신청은 배달의민족의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 관행과 관련된 사안이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이 입점 점주들에게 다른 배달 앱(애플리케이션)보다 더 낮은 가격이나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요구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최혜대우’ 조항은 특정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가격이나 할인 혜택이 다른 플랫폼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계약 방식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점주의 가격 결정권을 제약하고 경쟁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점주의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 및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거래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한 배달의민족이 ‘최혜대우’ 조항을 요구할 경우 경쟁 플랫폼의 가격·수수료 경쟁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동의의결 심사 과정에서도 단순한 지원금 규모보다 해당 경쟁 제한 우려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이 제시한 상생안에서 ‘실질적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 관계자들의 백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기존에 시행해오던 신규 입점업체 지원 프로그램과 프로모션을 상당 부분 상생방안에 포함한 점이 기각 의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배민 “업계 최대 규모” 지원안, 공정위는 실효성 의문
실제 배달의민족은 현재 신규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중개이용료를 14일간 최대 100% 지원하고, 추가 홍보비용도 14일간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개이용료 역시 기존 9.8% 수준에서 지난해 2.0~7.8% 수준으로 인하된 상태다.
그러나 관련 업계 취재 결과, 이러한 혜택은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신규 입점 지원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중개 수수료 수준이나 신규 입점업체 대상 초기 수수료 면제, 배달비 지원 등도 업계 전반에서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달의민족 기존 지원책은 개별적으로는 업주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플랫폼 간 경쟁 구도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수준의 차별화된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공정위가 요구한 것도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최혜대우’ 논란으로 지적된 거래 관행 자체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맞춰져 있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이번 동의의결 신청 과정에서 단순 지원책뿐 아니라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최혜대우’ 요구 관행을 폐지하고, 가게배달 업주의 배달 품질 및 정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에 동일한 노출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상생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플랫폼 내 배달 방식에 따라 노출과 운영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를 일부 조정해 입점업체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는 것이 배달의민족 측 주장이다. 동시에 업주의 운영 역량을 강화해 가게배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시장 내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