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혈통 중심의 일본 왕위 계승 전통이 시대 변화와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 의회에서 '옛 왕족'을 양자로 들이는 방안이 거론되며 왕위 계승 논쟁으로 일본이 뜨겁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가 2026년 1월2일 도쿄 고쿄에서 열린 새해 축하 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아이코 공주 ⓒ연합뉴스
현행 일본 왕실전범 제1조는 "왕위는 남계의 남자가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1889년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가부장적 전통을 1947년 전후 헌법 체제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성별 구분 없이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며 '평등 상속제'로 진화해 온 영국과 북유럽 등 대다수 군주국의 흐름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재 일본 왕실은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24)가 유일한 직계 자녀이다. 왕위 계승이 가능한 젊은 남성 후계자로는 현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의 아들, 히사히토 친왕이 사실상 유일하다.
현행 제도상 여성 왕족은 일반인과 결혼하는 즉시 왕족 신분을 상실하며, 그 자녀 또한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여계 배제 구조를 띠고 있어 왕위 계승 단절 위기론이 제기되어 왔다.
아이코 공주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는 높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여성 일왕을 허용하는 데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 보수층은 여전히 '남계 혈통'이라는 가부장적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9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의회는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고, 1947년 왕적을 이탈한 옛 방계 가문인 '11궁가' 남성 후손을 왕실에 양자로 들이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여전히 결혼한 여성 왕족의 배우자와 자녀의 신분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특히 11궁가 출신 남성을 양자로 입양하겠다는 계획은 왕실의 폐쇄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십 년간 일반인으로 살아온 이들이 왕실의 공무와 전통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왕위 계승 문제를 둘러싸고 황실전범 개정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2026년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성별을 가리지 않는 왕위 계승이 국제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전통적 남계 계승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본의 일왕(현 국왕)은 헌법상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규정된 존재다. 법률 제정이나 정책 결정 등 실질적인 정치 권한은 가지지 않으며 국정 운영은 총리와 내각이 담당한다. 대신 일왕은 외국 정상 접견과 국가 의례 행사 주재 등 외교적·의전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의 역사적 연속성과 통합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