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8월17일 열리는 가운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한 당대표 사퇴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일각에서 '1인1표제'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여기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 대표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를 미리 손보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당원주권주의에 대한 계파간 의견 차이 때문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4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 회의 때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어록을 소개했는데 오늘은 이재명 대통령님의 어록을 소개하면서 발언을 시작하겠다"며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이재명 대통령 보유국이라 할 정도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세계적 지도자를 가졌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김민석 총리 밀어주기'에 대해 반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나는 노사모 출신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지역경선으로 정치에 입문했다"며 "계파 보스, 낙하산에 의해 공천받던 시대를 마감한 것이 노무현 시대의 정치개혁이고 그것이 1인1표 당원주권 시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민주권, 당원주권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문제의 '정권은 잛다'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1차 본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이번 전당대회부터 처음 적용되는 '1인1표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새롭게 부각됐다. 1인1표제는 기존 20대 1 수준으로 반영되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반영하도록 한 제도다. 정 대표는 당대표 선거 당시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대표로서 제도화에 성공했다.
포문은 전현희 의원이 열었다. 전 의원은 10일 이재명 정부 개혁포럼에 참석해 "1인1표제 도입 이후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민심과 괴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리당원이 민심이 괴리돼 있다는, 이를테면 보수진영의 '개딸' 공격과 유사한 논리로 보인다. 또한 대의원들이 민심을 더 잘 안다는 말일 수도 있다.
전 의원은 이어 "당원주권주의가 강화되면서 당내 정치인과 동료 의원들을 향한 좌표찍기가 일상화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원주권주의의 부작용도 주장했다.
전 의원이 이처럼 '1인1표제' 공격에 나선 것은 정 대표가 권리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청계는 즉각 1인1표제를 옹호했다. 친청계 인사인 이성윤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1인1표제는 특정 계파나 특정인에게 유불리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를 당내에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당심 역시 민심의 일부"라고 반박했다.
당원주권주의는 민주당의 역사에서 오랜 쟁점이다.
유시민 작가는 2026년 2월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민주당은 걸출한 지도자가 당을 이끄는 왕정이었다. 왕정이 무너진 뒤 곧바로 공화정으로 갈 토대가 없으면 계파 보스들이 권력을 나눠 갖는 귀족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2002년 도입된 국민경선은 시민과 당원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화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초의 기획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1인1표제를 두고 "과거 총재 중심 정치의 잔재를 걷어내고 당원 주권을 강화하는 흐름의 연장선"이라며 "대의원 특권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귀족정에 대한 미련"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