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냉난방공조(HVAC) 및 전장 분야에서 조 단위 인수합병(M&A)를 성사했는데 이번에는 정밀 의료 시장에 주목하며 미국 헬스케어 기업에 추가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차세대 유전자 진단 시장을 바라본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6월10일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엘리먼트)'에 1억7500만 달러(약 2650억 원) 규모의 추가 지분투자를 집행해 1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7월에도 엘리먼트에 투자를 집행했다.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된 엘리먼트는 유전체 분석 정확도를 99.99%로 높이고 분석 비용을 낮춘 'DNA 시퀀싱' 기술을 보유했다. 이는 생명체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DNA 염기 서열을 읽어 유전적 변이와 특징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DNA 시퀀싱으로 얻은 유전체 정보는 △선천적 유전 특성 파악 및 질병 사전 예측 △유전 변이에 따른 질병의 조기 발견과 추적 관찰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 등 미래 정밀 의료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글로벌 정밀 의료 시장의 핵심 기술 선점과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노린다. 엘리먼트는 삼성전자의 투자로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 및 멀티오믹스 생태계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대규모 글로벌 임상 및 진단 분야의 제품 로드맵 확대를 추진한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분야는 엘리먼트의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 기술과 멀티오믹스다. 멀티오믹스는 DNA뿐 아니라 그 DNA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RNA·단백질 등 여러 생체정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기술이다.
DNA 시퀀싱이 생명체의 설계도를 읽는 것이면 멀티오믹스는 그 설계도가 몸 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변화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정밀 의료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존에는 DNA·RNA·단백질을 각각 다른 장비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합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도의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엘리먼트는 하나의 기기로 DNA·RNA·단백질은 물론 세포의 변화까지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 확대를 계기로 엘리먼트와 전략적 협력을 더 공고히 하고 기술 전반의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하려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역량,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기술에 엘리먼트의 DNA 및 멀티오믹스 분석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유전자 진단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전장·공조·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M&A와 전략적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2025년 11월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각각 2조6천억 원을 투입한 대규모 거래다.
또 2025년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 인수계약을 맺었다. 인수 금액은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수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했다. 10월에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에 1억1천만 달러(약 1560억 원) 지분투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의 AI,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전문성과 엘리먼트의 혁신적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해 개인 맞춤형 의료의 미래를 위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전자는 사람들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정밀 의료기기부터 디지털 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