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CEO는 PC방에서 국내 대표 게임사 크래프톤과 엔씨 경영진과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잠실야구장으로 이동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시구·시타 행사에 나서는 등 하루 동안 게임과 스포츠, 산업 현장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에 소맥 만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월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황 CEO는 서울 신논현역 인근 PC방을 찾아 가장 먼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을 만난다. 이 자리에는 크래프톤에서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와 장태석 배틀그라운드 IP(지적재산권) 프랜차이즈총괄 등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게임 산업의 AI 활용 확대와 피지컬 AI, 차세대 반도체 공급 협력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크래프톤 역시 AI 기반 게임 개발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두 회사의 협력 범위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황 CEO는 이어 인근 PC방으로 이동해 김택진 엔씨 대표이사와 회동한다. 두 사람은 게임과 AI 기술 접목 방안을 논의하고 현장을 찾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황 CEO는 엔씨의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 이용자가 참여하는 라이브 방송에 직접 출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두 회사의 AI와 그래픽 기술 협력을 한층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씨와 엔비디아는 이번 회동에 앞서 이미 기술 협력 경험을 쌓아왔다.
아이온2에는 엔비디아의 대표 그래픽 기술인 ‘딥러닝 슈퍼샘플링(DLSS)’과 입력 지연을 줄여 반응 속도를 높이는 ‘엔비디아 리플렉스’가 적용됐다. DLSS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보다 낮은 해상도로 화면을 그린 뒤 고해상도 수준의 화질로 보정해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고품질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황 CEO는 게임업계 일정을 마치고 잠실야구장으로 향해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다. 시타는 박정원 회장이 맡는다.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 연도인 1993년을 의미하는 ‘93번’ 유니폼을, 박 회장은 두산 창립 연도인 1896년을 상징하는 ‘96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단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두 회사의 협력 관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상징적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며 엔비디아와 AI 로보틱스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로봇 사업과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은 최근 빠르게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CEO의 이번 방한 일정은 국내 산업계 전반과 접점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 6월5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임단 T1의 베이스캠프를 방문해 이상혁(페이커) 프로게이머를 만났다. 같은 날 저녁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삼겹살·소맥 만찬을 함께하며 HBM(고대역폭메모리)과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방한 일정 동안 게임과 산업 현장은 물론 대중문화와 스포츠 분야까지 두루 찾으며 한국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6월6일에는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유재석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녹화에 참여해 엔비디아 창업 과정과 AI 시대에 관한 생각, 미래 인재상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